미행자로 지목된 인물들 검찰 조사서 모두 관련성 부인
박 경정 '미행설 문건' 작성 시인, 檢 오늘 구속영장 청구키로
‘비선실세 정윤회 측의 박지만 미행설’ 문건은 경기지역의 한 카페 대표와 그의 아들, 전직 경찰 등을 정보 출처로 삼아 박관천(48) 경정이 작성해 박지만(56) EG회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검찰 소환조사에서 “미행설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수봉)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박 회장이 제출한 ‘미행설 문건’을 확보하고 문건의 작성 경위와 시기, 문건 내용의 진위 여부를 확인 중이라고 17일 밝혔다. 박 회장은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은 이튿날인 16일, 변호인을 통해 해당 문건을 검찰에 제출했다. 올해 2월 청와대 파견이 해제된 박 경정은 2~3월 무렵 박 회장의 전직 비서인 전모씨에게 문건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에서 문건 작성을 시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A4 용지 3,4쪽 분량인 이 문건은 일반적인 공문서 형식을 취하고 있진 않아 작성 시기나 경위를 좀더 확인해 봐야 한다”며 “내용은 ‘박지만 미행설’을 최초 보도한 시사저널 기사와 일부 비슷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시사저널은 올해 3월 23일 “지난해 말부터 박 회장이 오토바이를 탄 정체불명의 사내한테 한 달 간 미행을 당했고, 그를 붙잡아 ‘정씨의 지시가 있었다’는 자술서를 받아냈다”고 보도했다.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에는 미행자는 물론, 미행과 관련한 정보를 들었다는 여러 명의 실명도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다만 정씨는 이 문건에 직접 이름이 거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미행자로 지목된 A씨는 물론, A씨의 부친인 카페 대표 B씨, A씨의 친구인 전직 경찰 C씨, 박 회장 측근인 전씨 등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 조사에서 A씨는 “정씨 측으로부터 박 회장을 미행해 달라는 요구를 받지 않았고, 따라서 미행하지도 않았다”고 관련성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와 C씨도 “A씨한테서 미행과 관련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건상으로는 박 경정이 C씨로부터 미행 정보를 전해 들었다고 유추해 볼 수 있지만, 관련자들 모두 미행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볼 때 문건의 신빙성이 상당히 의문스럽다”고 밝혀 정윤회 문건과 마찬가지로 미행설도 실체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검찰은 이와 별개로 해당 문건이 청와대 또는 경찰의 공식 문서로 등록됐는지를 확인할 계획이다. 개인적으로 작성한 문건이라면 범죄 성립이 안 되지만, 공식 문서를 민간인인 박 회장에게 비선라인을 거쳐 보고했다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또는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적용이 가능해져 박 경정에 대한 추가 사법처리가 이뤄질 수도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정윤회 문건 내용을 보도한 세계일보 김모 기자를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소인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18일 박 경정에 대해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공용서류 은닉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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