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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쿠바 53년만에 역사적인 국교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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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쿠바 53년만에 역사적인 국교정상화

입력
2014.12.18 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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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교도소에 5년여 수감됐다가 17일(현지시간) 전격 석방된 미국인 앨런 그로스(65, 가운데 카메라 쪽을 향하고 있는 사람)가 이날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패트릭 리히 연방 상원의원(민주·버몬트주) 보좌관 팀 리저와 포옹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쿠바 교도소에 5년여 수감됐다가 17일(현지시간) 전격 석방된 미국인 앨런 그로스(65, 가운데 카메라 쪽을 향하고 있는 사람)가 이날 미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 패트릭 리히 연방 상원의원(민주·버몬트주) 보좌관 팀 리저와 포옹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과 쿠바가 53년 만에 역사적인 국교정상화에 나선다. 간첩 혐의로 5년간 쿠바에 수감됐던 미국인 앨런 그로스(65)가 석방된 데 따른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은 대 쿠바 관계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위한 역사적 조치들을 취할 것”이라며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즉각 쿠바와의 외교관계 정상화 협상을 개시하라고 지시했다. 양국이 외교관계를 단절한 것은 1961년 1월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에 따라 현행 대 쿠바 봉쇄정책을 대폭 완화한다는 방침 아래 수개월 내에 쿠바 수도 아바나에 미국 대사관을 재개설하고 양국 정부의 고위급 교류와 방문을 담당하도록 했다. 그는 또 케리 국무장관에게 쿠바의 테러후원국 해제를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미국의 CNN 등 주요 외신은 이날 “최근 1년 동안 진행된 미국과 쿠바 사이의 협상으로 그로스의 석방이 성사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그로스의 석방과 맞물려 1998년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현지 망명인사 등을 대상으로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투옥된 5명의 쿠바인 가운데 아직 풀려나지 않은 3명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석방하기로 합의했다고 ABC뉴스는 전했다.

미국 국무부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USAID)의 하도급업체 직원이던 그로스는 2009년 12월 쿠바 수도 아바나에서 현지 유대인 단체에 인터넷 장비를 설치하려다 체포된 후 2011년 쿠바 법원에서 징역 15년 형을 선고 받았다. 쿠바 정부는 그로스가 반정부 활동을 벌이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그로스의 석방은 요원해 보였다. 그로스는 6월 어머니가 폐암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지만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못했다. 앞선 4월에는 자신의 석방은 관심 밖인 미국과 쿠바 정부를 비판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수감 생활 중 오른쪽 눈은 거의 실명 상태가 됐고 거동이 불편해져 가족에게 이별을 고하는 등 자포자기 상태였다. 그로스의 아내는 3일 “남편은 조국을 위해 일했다는 이유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그로스의 석방을 위해 나서달라며 호소 성명을 내기도 했다.

외신들은 그로스의 석방이 50년 이상 단절돼 온 미국과 쿠바 양국 외교관계 회복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국이 외교관계를 단절한 해는 196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9년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을 통해 공산화를 선언한 뒤 자국 내 미국 기업의 재산을 몰수하고 국영화하자 미국은 1961년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이듬해부터는 금수조치를 취하며 맞섰다. 이후 정부 기조가 바뀔 때마다 금수조치의 수위에 조금씩 변화는 있었지만 근본 틀은 바뀌지 않았다. 특히 그로스가 2009년 체포되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했다.

한편 이번 협상 과정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교황은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게 직접 편지를 보내 양국의 관계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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