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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수학 문항 줄여 사교육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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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수학 문항 줄여 사교육 잡겠다?

입력
2014.12.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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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수능연계 교재 개선에 집중, 고교·대학 서열화 해소 방안 없어

학교 현장 "실패한 대책 답습" 싸늘

EBS 수능 연계 교재의 영어 단어 수 수학 문항 수 감축, 유아 대상 영어학원의 외국인 강사 채용 금지, 선취업 후진학 정책 확대, 학부모들의 학벌중심사회에 대한 인식 경감….

17일 교육부가 발표한 ‘사교육 경감 및 공교육 정상화 대책’의 핵심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 내놓은 사교육 대책이지만 학교 현장과 교육 전문가들의 평가는 싸늘하다.

수능 문항 오류와 암기식 학습의 주범으로 지목된 수능의 EBS 교재 연계 정책을 더욱 확고히 하려는 점, 사교육 과열 요인인 고교ㆍ대학 서열화 체제 해소에 대해서는 아무런 방안이 없는 점 때문에 “과거 실패한 사교육 경감 대책에서 한치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냉혹한 평가도 나온다.

이번 대책은 사교육 수요가 높은 영어와 수학에 집중적으로 맞춰졌다. 영어의 경우 EBS 수능 연계 교재의 어휘 개수를 교과과정 수준으로 조정하고 난이도를 완화키로 했다. 2017학년도까지 교과서 어휘 수준을 2,988개 ±20%로 줄이는 게 목표다. 이는 2014학년도 수능연계 영어교재 7종류에 나오는 총 단어수 5,668개의 절반 수준이다. 또 이들 교재에서 추상적인 지문과 복잡한 문법도 삭제하기로 했다. 영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심화연수 등으로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고, 10명 정도의 소규모 방과후학교 수업을 권장하기로 했다.

수학도 EBS 수능연계 교재의 종류와 문항 개수를 줄이기로 했다. 2014∼2015학년도 수능연계 교재 수학(자연계) 8종류를 2016학년도까지 5종류로 줄이고, 문항 수도 올해 2,926개에서 2,000개(2016학년도)로 감축한다. 2018학년도 문ㆍ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도입에 맞춰 꼭 배워야 할 원리 및 내용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학원 외부에 학원비를 게시하는 ‘옥외가격 표시제’의 전면 확대 등 학원에 대한 규제도 강화할 계획이다. 유아대상 영어학원의 경우 학원비 인상의 주요요인으로 지적되는 외국인 강사 채용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외국인 강사를 채용한 유아대상 영어학원은 일반 사립유치원의 한달 평균 원비(48만원)보다 1.6배 비싼 79만원을 받고 있다.

선행학습 유발 광고를 하는 학원에 대해서는 학원법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상시점검을 실시하고, 서울 강남, 부산 해운대, 대구 동부, 대전 서부 등 학원 중점관리구역을 ‘사교육특별관리구역’으로 개편해 선행학습 영향평가 강화, 학원비 단속 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초등 돌봄서비스의 수준을 높이고, 중학교는 학생 발달단계에 따른 학습능력을 고려해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전반적인 매뉴얼을 지원키로 했다. 고입전형도 중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에 맞게 출제하도록 강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학부모, 교사, 교사단체들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박현숙 평등교육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상임대표는 “명문대를 정점으로 한 대학서열화와 그로 인한 고교서열화가 확고해 사교육이 조장되고 있는데 이 같은 현실은 두고 교재개발이나 자기주도학습만 말하고 있다”며 “입시제도 자체에서 나오는 문제를 이런 미봉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도 “과도한 경쟁을 야기해 사교육 수요를 높이는 특수목적고, 자율형사립고 입시제도를 유지하면서 사교육을 잡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EBS 교재의 난이도를 완화하는 것은 약간의 효과는 있겠지만 EBS 교재 연계 정책으로 인한 학교 교육의 질 하락이라는 중대한 문제는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을 통해 “정부의 EBS 교재 수능연계, 방과후 활동 강화, 사회인식개선 교육 등의 방안은 이미 역대 정부에서 실효성을 상실한 것들”이라고 비판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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