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단절됐던 남북관계를 박근혜 정부 2년이 지나도록 복원하지 못하고 있다. 7여년 동안 남북관계가 단절됨에 따라 남북불신은 더 커지고 있다. 남북관계가 장기간 단절되면서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5ㆍ24조치 등 남북 사이에 있었던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제재와 압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향상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대남위협을 지속함으로써 남북관계 복원의 동력 찾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해 간신히 마련한 대화의 기회는 장관급회담 대표의 ‘격’을 둘러싸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판이 깨졌다. 올해 들어 남측의 ‘통일대박론’과 북측의 ‘중대제안’ 사이에 교감을 이뤄 2월에 상호 비방ㆍ중상 중지 합의를 이루는 진전이 있었다. 하지만 대북전단문제가 핵, 미사일, 교류협력 등 남북 현안을 압도하면서 어렵게 마련한 제2차 고위급접촉의 기회도 사라졌다. 남북관계를 복원해서 화해협력을 진전시키려는 힘과, 제재와 압력으로 근본적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는 힘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복원을 가로막는 최대의 걸림돌은 북핵문제다.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불거진 이후 20여년 간 북핵문제는 한반도문제를 이해하는 관문이 됐다. 지금도 북핵문제는 한반도 정세를 지배하는 핵심변수로 작동하고 있다. 북한이 핵능력을 향상시키고 핵보유를 법률로 제정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추진했던 남북화해협력 노력은 심각한 난관에 봉착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 복원이 어려운 이유를 북핵해법과 관련한 한국ㆍ미국ㆍ중국 사이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통해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희망하지만, 미국과 한국은 북한의 핵폐기와 관련한 전략적 결단이 전제되지 않으면 대화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금은 중국도 ‘북핵 불용’과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고수하면서 대북압박에 공조를 취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남북관계 복원과정에서 취할 수밖에 없는 5ㆍ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광광 재개 등이 대북압박공조를 깰 것을 의식해 ‘대화의 격’, ‘표현의 자유’ 등을 내세워 대화에 선뜻 나서지 않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북핵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함에 따라 남북관계 복원도 어렵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 복원과 선북핵폐기론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북핵폐기를 우선할 경우 남북관계 복원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선핵폐기론에 반발해 핵실험과 장거리로켓발사, 천안함-연평도사태 등 대남도발을 지속함으로써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쌓아 놓았던 화해협력의 기반이 무너졌다. 남북관계 복원을 실현하려면 북핵폐기를 우선할 것인가 아니면 북핵폐기 노력과 화해협력정책을 병행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북핵해법과 관련해서 역대 보수정권들은 ‘선핵폐기론’을 내놓고 북한의 핵무기개발 포기에 주력했다. 한편 진보정권들은 핵문제해결 노력과 함께 평화체체 구축 및 교류협력을 병행 추진했다.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북핵해법은 개혁ㆍ개방과 민주화를 통해서 미국 등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지원과 체제유지를 보장받은 ‘미얀마 모델’에 가깝다. 미얀마는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 체제안전에 위협을 받았지만 유일 초강대국 미국과 적대관계를 유지하지는 않았다. 미국과의 관계와 지정학적 차이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미얀마 모델에 따라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남북관계 복원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한ㆍ미ㆍ중이 새로운 북핵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과 한국이 지난 10여년 동안 반복해온 북핵해법은 ‘완전하고 검정 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CVID)’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핵능력은 향상되고 있다. 이제 선핵폐기론에서 ‘선 북핵고도화 차단 후 폐기’로 북핵해법의 수순을 수정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핵 고도화 차단’의 시급성을 지적한 바 있다. 정체된 북핵협상의 돌파구를 열지 못하면 남북관계 복원도 쉽지 않을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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