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비노' 구도 계파 갈등 우려 당내서 불출마 여론 확산세
丁·朴·文 선언 시기 등 말 아껴… 김부겸 "빅3 나오면…" 출마 여지
새정치민주연합 차기 전당대회가 17일 본격 막이 올랐다. ‘빅3’로 불리며 유력 당권주자로 꼽혀온 문재인ㆍ정세균ㆍ박지원 의원이 이날 비상대책위원 직을 동시에 사퇴하면서다. 그간 이들이 경선 룰을 의결하는 비대위원을 맡아선 안 된다는 요구가 컸던 만큼 비대위원 사퇴는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란 해석이 많다. 다만 당내 빅3 불출마 여론이 확산되면서 ‘친노무현계 대 비노무현계’ 구도에 대한 우려가 높아 빅3 구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비대위원 사퇴한 빅3, 출마시기 저울질
3명의 비대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비대위 회의에서 비대위원 직을 사퇴했지만 전대 출마 여부나 선언 시기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문 의원은 회의 직후 “입장을 정리해서 조만간 가부를 밝히겠다”면서 “후보 등록일(27~28일)까지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아직 룰이 정해지지 않았고 룰이 나와야 시험을 볼지 말지 알 것”이라고 했고,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 박 의원은 “곧 정리해서 발표하겠다”고 했다.
이들이 출마 선언 시기를 조율하는 배경에는 당 대표 경선이 빅3 구도로 고착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당 안팎의 기류를 의식해서다. 계파수장 격인 빅3 간 경쟁으로는 전대 흥행은 고사하고 오히려 계파 갈등만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여기에 당 대표가 차기 총선 공천권까지 행사할 경우 총선에 앞서 분당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김진표 전 의원이 지난 달 빅3를 만나 불출마를 요청한 데 이어 일부 재선ㆍ3선 그룹과 원로그룹에서도 직간접적으로 빅3에 대한 불출마 요구를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문 의원은“다양한 의견이 분출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문제는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이라고 선을 그었고, 박 의원도 “충정은 이해하지만 (출마 여부는) 제가 생각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 ‘빅3 불출마’ 요구 확산 여부가 변수
민평련 등의 지지를 얻고 있는 이인영 의원이 이날 출마 선언한 것을 제외하면 빅3를 제외한 후보들은 빅3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탐색전만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전대의 다크호스로 꼽혀온 김부겸 전 의원이 빅3 불출마를 촉구하면서 판을 뒤흔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빅3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한편 본인의 출마 여부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전 의원은 “원래 불출마로 정리했지만, 이를 선언하면 ‘친노 내 비노’ 구도를 막아보자는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의견이 있어 입장 발표를 미뤘다”고 했다. 그는 “빅3가 불출마하면 전대에 나설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답했으나, “(빅3 불출마) 흐름을 만드는 데 끼어들라고 하면 긍정적으로 전환하겠다”면서 출마 여지를 남겼다. 이에 대해 당 일각에선 “스스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간 보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빅3 불출마 요구에 대한 당 안팎의 공감대가 확산될 경우 빅3의 행보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빅3 중 일부가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다른 주자들의 합종연횡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전병헌 의원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출마 가능성도 함께 고민하고 있으며 비노계 김영환 박주선 김동철 의원은 단일화를 추진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도 김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할 경우 대표 경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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