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규제 대상' 부정적 시선 부담… 개발업체 속속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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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규제 대상' 부정적 시선 부담… 개발업체 속속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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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1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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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 시장 온라인서 모바일로 수익 규모 줄고 성공률도 떨어져

'중독물' 인식 투자받기도 어려워 中 기업 등 국내 업체 잇달아 잠식

지난달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 축제 '지스타'(G-star)에 게임 애호가들 몰려 크게 붐비고 있다. 올해 행사에서는 독일 등 유럽 정부가 부슬르 설치하고 국내 게임 개발인력 스카우트에 나섰다. 전혜원기자 iamjhw@hk.co.kr

“지난해 초부터 해외로 본사를 옮긴 게임업체가 제가 아는 회사만 10곳이 넘습니다. 한국은 벤처 게임사가 클 수 있는 토양이 아니니까요. 관련 통계도 없으니 정확히 얼마나 더 빠져나갔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김종득 개임개발자연대 대표는 한국 게임 개발사들이 하나 둘씩 해외로 터전을 옮기는 현실에 대해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이런 엑소더스가 작년을 기점으로 본격화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게임 산업의 대세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바뀌면서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이 이뤄졌는데, 여기에 셧다운제 등 정부 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산업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셧다운제 시행은 상처가 나 피를 흘리고 있는 우리 업계 종사자에게 소금을 뿌리는 것과 같았다”고 표현했다.

게임업계의 주력시장이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는 것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다. 온라인 게임은 보통 100명이 넘는 인원이 개발에 투입되지만 모바일은 많아야 50명 정도가 고작이다. 이 때문에 모바일로 주력 게임을 전환하는 업체들은 필연적으로 인력을 줄이게 되는데, 그렇게 퇴사한 개발자들은 전혀 다른 직업으로 바꾸는 경우를 제외하면 삼삼오오 모여 모바일게임 회사를 차린다. 문제는 모바일게임은 진입 장벽이 낮은 만큼 성공 가능성도 매우 낮다는 점이다. 일단 히트작이 되면 매년 천억원대의 수익을 벌어다 주는 온라인 게임과는 달리, 모바일 게임은 잘 된다 해도 수익이 수백억원에 그치는 데다 인기 유지 기간도 1년을 넘기지 못한다. 김 대표는 “보통 모바일 게임의 성공 확률을 1%라고 보는데, 어렵게 바늘 구멍을 통과한다고 하더라도 구글플레이나 다음카카오 등 중간 유통업체과 수익을 나누고 나면 개발사가 손에 쥐는 건 25%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강화된 정부 규제는 불 난 데 기름을 부은 셈이 됐다. 당장 개발비 부담이 커졌다. 김 대표는 “성인 인증이나 결제 연령 제한 시스템 등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비용을 필요로 한다”며 “셧다운제에 걸리지 않도록 테스트를 2차, 3차 하다 보면 전체적인 개발 기간이 늘어나는데, 소규모 개발사들에는 그것도 큰 부담”이라고 말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게임은 ‘규제해야 할 대상’이라는 부정적 시선의 확산이다. 특히 부모 세대를 중심으로 ‘게임은 안 된다’는 인식이 커지다 보니 게임 관련 학과와 사설 아카데미 신입생 수가 해마다 평균 20%씩 감소하는 추세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 역시 차가운 시선을 곳곳에서 경험한다. 김 대표는 “개발자들의 사례를 보면, 결혼할 상대의 부모가 ‘그런 일 하는 사람은 안 된다’며 반대를 하거나, 명절 때 만난 친척에게 ‘너 아직도 게임 만드냐’는 질책을 듣는 등 개발자의 사기를 꺾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급기야 일부 매체를 중심으로 게임을 ‘중독물’로 규정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시작된 이후에는 국내 기업의 투자를 받는 것 역시 어려워졌다. 부정적 이미지 탓에 자본 수혈의 길이 가로막힌 업체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가장 직접적인 수혜를 입고 있는 것이 중국이다. 중국의 인터넷ㆍ게임 서비스업체 텐센트는 3대 주주에 올라있는 CJ게임즈(현 넷마블게임즈)를 비롯해 신생 게임개발사인 NSE엔터테인먼트, 리로디드스튜디오 등 현재까지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국내 업체만 30여 곳에 달한다. 알리바바 역시 국내 게임사와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고, 자본 투자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해외로 개발 인력이 유출되는 건 자연스러운 결과다. 독일과 룩셈부르크 정부 등의 경우 국내 시장의 틈새를 파고들어 지난해와 올해 국내 최대 게임행사인 ‘지스타’(G-star)에 직접 부스를 차리고 자국의 지원 정책을 홍보하며 “우리나라로 와달라”고 외치기도 했다. 자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처지에 이들 해외업체와 힘겹게 경쟁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는 한국 개발자들에게 이들의 제안은 솔깃할 수 밖에 없다.

김 대표는 “게임 개발자 한 명의 유출은 곧 기술 전부가 빠져나가는 것과 같다”며 규제 당국의 위기 의식을 촉구했다. 이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개발자들은 정부가 게임 산업을 진흥한다고 해봐야 돈 좀 주는 것뿐, 실제로 산업 발전에 기여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냉소적으로 평가합니다. 이제는 진짜 도움이 되는 지원이 나와야 합니다. ‘게임 종주국’이란 위상이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상업게임, 예술게임, 인디게임 등을 자유롭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길 바랍니다.”

이서희기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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