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국가 구상금 청구소송서 "가담한 부대원들 손해배상해라"
선임이 쏜 총에 맞아 숨진 병사의 죽음을 자살로 조작하고 은폐한 부대원들이 36년만에 손해배상액을 물어내게 됐다.
1978년 육군에 입대한 A씨는 위병소 경계근무를 하던 중 말다툼 끝에 선임인 하사 고모씨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사건 직후 부대 관계자들은 긴급회의를 열어 A씨가 가정문제 등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대원들은 현장보존도 하지 않고 A씨의 시신을 세면장에서 씻어 군 헌병대 등이 도착하기도 전에 앰뷸런스로 호송했다. 유족들은 “A씨의 시체를 사설 병원으로 옮겨 검안한 후 매장할 수 있도록 인도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군은 이마저 거부하고 시신을 일방적으로 화장했다.
아들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A씨 어머니는 2006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고, 위원회는 “A씨가 선임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족들은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4억6,000만원을 지급받았다. 이후 국가는 보상금 지급의 원인이 된 고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민사15부(부장 김우진)는 국가가 고씨, 그의 옛 부대원 등 6명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에서 “국가에 1억892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의 사망에 대해 군 부대 내에서의 조직적인 은폐, 조작행위가 있었다”며 “유족들에게 지급했던 위자료 중 일부를 고씨 등 사건 조작에 가담했던 6명이 나눠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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