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대외 여신 중 12조원, 러시아 등 12개 신흥국이 차지
당장엔 원금 상환 문제없지만 은행들 연초부터 러 대출 줄여
국제유가 급락의 직격탄으로 금융위기 조짐을 보이고 있는 러시아를 비롯한 12개 신흥국(17일자 1ㆍ3면)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전체 대외 여신의 10.5%(약 12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장 우리 시장에 직접 영향은 적겠지만 신흥국 위기가 전세계 금융시장에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당국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말 기준 11개 국내 금융기관이 러시아에 제공한 외화대출, 지급보증 등 익스포저(13억6,000만달러ㆍ한화 약 1조4,704억원)는 전체 대외 여신(1,083억4,000만달러)의 1.3% 규모다. 은행 별로는 수출입은행(9억5,830만달러)이 가장 많고 산업은행(2억3,140만달러), 우리은행(9,160만달러) 등 순이다.
은행들은 당장 원금상환이 막히는 등의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빌려준 돈의 대부분이 러시아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 대상인데다 이마저도 보증이나 담보 대출이 많기 때문이다. 수출입ㆍ산업은행 측은 “올 초부터 꾸준히 대출규모를 줄여왔다”고 전했다.
러시아를 포함해 금융불안 가능성이 제기되는 12개 신흥국의 금융권 익스포저(113억3,000만달러)는 전체 외화여신의 10.5%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인도네시아(42억4,000만달러)가 가장 많고 인도(26억7,000만달러), 브라질(12억8,000만달러), 터키(7억5,0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날 각각 긴급 회의를 소집해 이번 사태에 대한 집중 모니터링에 나섰다. 당장 러시아 등의 금융불안이나 대출액 규모가 우리 시장에 끼칠 직접 영향은 적겠지만 자칫 위기가 신흥국 전체로 번지거나 불안한 선진국 경기마저 발목 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러시아발 금융위기를 매우 이례적인 상황으로 보고 전문가 의견을 청취하는 한편, 시장 모니터링도 강화하고 있다”며 “우리와 교역 규모는 크지 않지만 러시아와 유럽의 연관관계가 깊어 실물경제에도 자칫 간접 타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아직은 러시아 내부 문제로 보이지만 신흥국 금융위기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시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재부는 18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마무리되는 되는 대로 내부회의를 소집,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한국은행도 이날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고 유사시 대응책을 논의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러시아발 위기에 대한 불안감 속에 전날보다 3.97포인트 내린 1,900.16으로 약보합세를 보였다. 원ㆍ달러 환율은 러시아 위기보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결과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최근 급락세에서 반전해 8.2원 오른 달러당 1,094.9원으로 마감됐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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