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결과에 억울함을 호소하던 민원인이 검찰청 민원실에서 분신자살을 시도했으나 함께 있던 수사관들이 분신을 저지하기는커녕 ‘죽어라’라고 폭언을 하는 등 부적절하게 대응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검찰은 민원인이 인화물질을 반입한 사실조차 모른 채 방관해 청사 보안 관리 시스템이 허술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7일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따르면 민원인 하모(46)씨가 지난 15일 오후 6시쯤 순천지청 민원실에서 휘발유 1.5ℓ를 온몸에 뿌리고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하씨는 미리 소지한 라이터를 주머니에서 꺼내 몸에 불을 붙이려고 수 차례 시도했으나 다행히 발화가 안돼 화상을 입지 않았다.
하지만 민원인 분신과 청사 화재가 우려되는 긴급한 상황에서 민원실에 있던 한 수사관은 하씨에게 “이 새끼가 뒈지려면 (검찰청)밖에서 뒈지지. 왜 여기 와서 이러냐. 죽지도 못할 놈이”라고 고성을 지르며 욕설과 폭언을 했다. 게다가 하씨가 몸에 휘발유를 붓는 동안 적극적으로 제지하지도 않았다. 이후 검찰 수사관 6-7명이 현장에 나타났지만 하씨가 분신소동을 벌이는 30여분 동안 라이터를 빼앗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특히 검찰은 인화물질이 민원실로 반입된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앞서 지난 2011년 4월 새벽 2시쯤 구례읍에서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량을 발견한 하씨는 이 사실을 112에 신고했으나 조사과정에서 음주로 적발된 현직 구례군청 직원과 조사를 담당한 경찰, 검찰 등과 마찰을 빚어왔다.
당시 하씨는 신고사실을 외부에 누설하지 말 것을 경찰에 요청했지만 지역에서는 누가 신고했는지 이미 소문이 났고, 목격자 진술조서도 사라졌다며 구례군청 한모씨와 경찰관 최모씨를 각각 공무상기밀누설 및 명예훼손과 공용서류은닉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들은 검찰에서 모두 증거불충분 등 이유로 각하 처분됐고 수사결과에 반발한 하씨는 지난 9월부터 순천지청 앞에서 매일 1인 시위를 해왔다. 하씨는 사건 당일에는 민원실에서 수사기록 일부를 복사한 뒤 지청장과 담당검사 면담을 요청했으나 묵살 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결과에는 문제가 없으나 분신자살 시도 과정에서 수사관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소극적 대응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유사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직원 교육을 실시하고 민원실에 청원경찰을 배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현장에서 체포한 하씨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및 방화예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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