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연일 박근혜 대통령의 소통 문제를 지적했다. 삼권분립의 한 축 입법부 수장인 정 의장의 날 선 비판은 예삿일이 아니다. 정 의장이 그제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밝힌 박 대통령과의 핫라인 불통 전말은 씁쓸하다.
그는 의장 취임 직후 박 대통령에게 꼭 필요할 때 긴밀한 통화가 가능한 핫라인 개설을 요청해 비밀 전화번호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뒤 2번 통화를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전화가 꺼져있어 통화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죄송하다며 수행비서 전화번호를 알려줬다니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핫라인 개설은 해프닝으로 끝나고만 셈이다. 국정에 바쁜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받기가 쉬운 일은 아닐 터이지만 박 대통령의 불통을 상징하는 사례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정 의장은 전날 정홍원 국무총리 등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도 “총리가 대통령을 만나면 한 말씀 전해 주기 바란다”면서 박 대통령의 대(對)국회 소통 부족을 작심하고 지적했다. 정상외교 후 3부 요인이나 5부 요인을 청와대로 초청해 결과를 설명할 필요가 있는데 언론보도만으로 알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이 있으면 대통령이 직접 전화도 하고, 청와대에 초청해 설명하는 등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법안을 던져 놓고 국회가 알아서 하겠지 하거나, 기한을 정해 놓고 그때까지 해 달라는 식의 자세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대통령이 국회를 직접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했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정도가 한층 더 심한 게 사실이다.
박 대통령의 불통과 대화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연말 정국을 강타한 비선 실세 국정농단 논란의 근원도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게 맞다. 중요한 인사와 정책결정을 장관들이나 수석비서관 등을 통해서보다는 이른바 문고리권력이라는 측근 비서관들에 의존하는 사례가 잣다 보니 비선 권력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의 소통 부족 등 국정 운영 스타일을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 중진인 심재철 의원은 어제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박 대통령에게 인사 혁신과 대내외적 소통 강화 등을 촉구했다. 새누리당 초ㆍ재선 의원 20여명이 주축인 ‘아침 소리’모임도 최근 비선 실세 논란이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이 투명성이 낮고 소통이 부족해 일어난다며 대통령의 소통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이 정도 되면 박 대통령도 비서관 3인방을 감싸는 고집을 버리고 청와대 내부 인사쇄신과 함께 소통 강화 등 국정운영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 이거야말로 박 대통령 자신이 강조한 ‘비정상의 정상화’가운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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