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조만간 ‘정윤회 보고서’ 등 청와대 문건의 유출 경로 수사를 마무리하고 박관천 경정과 한 모 경위를 각각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회 문건에 등장한 ‘십상시’ 모임 등 국정개입 의혹 등에 대해선 대부분 ‘근거 없음’으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수사 결과는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이번 의혹이 제기된 후 박근혜 대통령이 제시한 ‘수사 가이드라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의중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검찰이 ‘비선 실세’나 살아있는 권력인‘문고리 3인방’의 국정개입 의혹 수사에 의지를 보이리라고는 애당초 기대하기 어려웠다. 문건 유출 경위를 밝혀내는 데 수사를 집중한 반면 국정개입 의혹 부분에는 시늉만 내는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 한 여론조사에서 검찰 수사를 신뢰한다는 답변이 28.2%,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63.7%로 나온 데서 알 수 있듯이 검찰 수사가 끝나면 정치권을 중심으로 특별검사 도입 목소리가 높아질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한편으로 검찰 내부에서 청와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범죄가 되는 대상을 수사하는 검찰 입장에서는 정씨 국정개입 의혹은 규명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사실로 드러난다 해도 범죄요건을 구성하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것이다.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을 검찰에 떠넘겨 면죄부를 받고 검찰의 신뢰는 추락하게 만들었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비선실세 의혹에 “찌라시에 나오는 얘기”라며 거듭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문건 유출만 해도 청와대 내부에서 여러 차례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으나 번번히 유야무야 넘어갔다. 청와대는 지난 6월 청와대 문건 100여 쪽이 시중에 나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 표현을 빌자면 ‘국기문란 행위’가 반년 이상 방치돼왔던 셈이다. 박 대통령이 제때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더라면 지금 같은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다.
청와대가 고소를 통해 박 대통령에게 향한 화살을 돌리려 했던 의도는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오히려 부메랑을 맞고 있다. 이번 파문은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의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확인시켰다. 청와대 내부 기강을 다스리고 측근과 비서들의 권력암투를 해결해야 할 사람은 박 대통령뿐이라는 것을 모든 국민이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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