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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대 反KT '유료방송 운명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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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대 反KT '유료방송 운명의 대결'

입력
2014.12.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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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산규제 통과냐 저지냐

오늘 미방위 법안소위

방송법 개정안 상정

유료방송 시장을 놓고 KT와 반 KT 진영이 17일 사생결단의 대결을 펼친다. 이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유료 방송시장의 점유율을 제한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상정하기로 한 것.

양 진영은 방송법 개정안의 향방이 향후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법의 통과 여부에 따라 KT나 반 KT 진영인 케이블방송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은 더 이상 가입자 확대가 어려워져 사실상 고사 위기로 몰릴 수 있다.

가장 큰 쟁점은 합산규제다. 합산규제란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특정 업체가 여러 유료 방송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들의 시장 점유율을 모두 합쳐서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다. 그런데 두 가지 이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위성방송과 IPTV를 보유한 KT가 유일하다.

KT는 현재 위성방송과 IPTV를 합쳐 시장 점유율 27.6%로, 3분의 1에 육박한 상태여서 합산규제가 발효되면 더 이상 시장 확대가 불가능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관련 임원들에게 ‘실패할 경우 지방 발령’까지 운운하며 미방위 의원들을 상대로 총력 대응을 주문한 상황이다.

KT의 대응논리는 “독점을 막으려고 시장 점유율을 제한하면 소비자의 선택권까지 제한하게 된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정부 규제로 막히는 셈”이라며 “독점으로 인한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하면 공정거래법 등 사후 규제로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 KT 진영은 개정안 통과에 필사적이다. 이들은 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KT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강해져 설 자리를 빼앗길 것이라고 보고 이 법안을 배수진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반 KT 진영이 위기감을 느끼는 이유는 KT가 위성방송과 IPTV를 묶어서 저가 공세를 펼 경우 당해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두 가지를 묶으면 KT의 방송채널 수는 187개에 이른다. 최근 KT는 위성방송 수신용 접시안테나를 아파트 건물에 공용으로 하나만 설치하고 아파트에 이미 부착된 공시청 설비를 통해 각 가구에 위성방송과 IPTV를 월 6,600원이라는 파격적 가격에 제공하는 SMATV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케이블방송 관계자는 “SMATV는 합산규제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KT가 유료방송 시장에서 어떻게 영업할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합산규제가 통과돼도 케이블방송의 사정은 별로 나아질 것으로 보기 힘들다. KT가 합산규제에 발목이 묶이면, 이번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대기업 IPTV가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총공세를 펼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들 IPTV는 위성방송 대신 유료방송과 휴대폰을 묶어 고객을 늘릴 수 있다. SK브로드밴드 보다 모체인 SK텔레콤이 더 적극적으로 합산규제 입법로비에 나서고 있는 것만 봐도 이미 이런 향후 계획이 세워져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그래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케이블방송과 맺은 반KT 제휴는 일시적 동맹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IPTV와 케이블방송 간에 유료방송시장에 대한 위기감의 차이도 크다. SK와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과 결합상품으로 묶어 놓은 IPTV 가입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케이블방송보다는 가입자들이 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합산규제의 본질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이미 시작된 저가 공세를 둘러싼 싸움”이라며 “합산규제 통과 여부에 따라 KT와 반KT 진영 중 한쪽은 무너진다고 보면 된다”고 전망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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