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인권 모임 '레인보우피쉬'

"동성애자에 대한 인식 변화 기뻐"

성 소수자를 향한 편견과 멸시에도 꿋꿋이 자신의 존재를 외쳐온 청년들의 모임이 창립 14년 만에 학내 정식 동아리로 인정받았다. 레즈비언ㆍ게이ㆍ양성애자ㆍ트랜스젠더(LGBT) 인권 모임 ‘레인보우피쉬’가 그 주인공이다.

2000년 중앙대 학생 몇 명의 친목 모임으로 시작한 레인보우피쉬는 호주 해역에 사는 무지갯빛(동성애를 상징) 물고기에서 이름을 따왔다. 여느 성 소수자 단체와 마찬가지로 대학 안팎의 성 소수자 인권 향상을 목표로 한다. 창립 이후 지금까지 중앙대 학생 400여명이 레인보우피쉬를 거쳐 갔다.

이들은 해마다 성 소수자를 홍보하는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12년에는 성 소수자 영화제 ‘어항탈출’을 학내에서 성황리에 개최했고, 지난해에는 동성애자 대학생 열 명의 삶을 담은 수필집 ‘고등어’를 펴냈다. 내년 3월에는 두 번째 수필집 ‘날치’를 발행할 예정이다. 매년 6월 열리는 전국 퀴어문화축제에 참가, 다른 단체들과 연대한 인권 운동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런 활동에도 레인보우피쉬는 교내 공식 동아리가 아니었다. 동아리가 되기 위해서는 전체 동아리 회장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지만 “이성애자들의 기분이 불편하다”는 학생들의 반대로 번번히 가입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런 레인보우피쉬에 이달 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6일 열린 동아리대표자회의에서 처음으로 가입기준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 정식 동아리로 승인 받은 것이다. 성 소수자 동아리가 정식으로 인정받은 건 연세대 서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서강대 서울예술대 한양대에 이어 여덟 번째다.

정식 동아리 승인은 이들의 영화제에 참여했거나 수필집을 읽은 이성애자 학생들이 동성애자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다며 인식을 바꾼 덕분이다. 회장 베하(23ㆍ여ㆍ가명)씨는 “대학이 성 소수자도 구성원으로 공식 인정한 것”이라며 “그간 노력이 헛되지 않아 기쁘다”고 말했다. 1년의 평가기간이 별 탈 없이 지나면 내년 말쯤에는 꿈에도 그리던 동아리방이 생기고, 대학에서 매 학기 지원금 25만원도 받을 수 있다.

레인보우피쉬가 공개 활동에 나서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성 소수자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라고 베하씨는 말한다.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들 다수는 주변에 동성애자가 없다는 것을 전제합니다. 그런데 가장 친한 친구나 가족이 ‘벽장에서 나오지 못한(자신이 동성애라는 것을 공개하지 못한) 사람’이라면 어떨까요? 그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해주세요.”

장재진기자 blan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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