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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옥, 부수는 게 능사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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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한옥, 부수는 게 능사 아니다

입력
2014.12.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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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 대구 전체 연간 400여 채 멸실신고만 하면 철거 가능...

도심 한복판 한옥촌은 그 자체로 관광자원... 보존대책 서둘러야

대구 도심의 한옥들이 개발의 미명아래 부서지고 있다.

대구시와 8개 구ㆍ군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구지역 한옥은 달성군에 2,420동, 중구 1,751동, 서구 1,568동, 동구 1,460동, 남구 1,106동, 북구 1,097동, 수성구 996동, 달서구 353동 등 모두 1만751동이 있었으나 올 들어 10월까지 437동이 철거되면서 현재 1만314동이 남아있다. 한옥 철거 건수도 해마다 많아지고 있다. 2010년 75동이 철거된 대구지역 한옥은 2011년 89동, 2012년 131동, 2013년에는 459동이 사라졌다.

구ㆍ군별로 보면 달성군의 경우 철거 한옥 수가 2010년 16동, 2011년 11동, 2012년 10동에서 2013년 201동, 올해 188동으로 부쩍 늘었다. 달성군 건축과 박노언 주택 담당은 “철거된 한옥은 대부분 농촌 건물로 보존가치가 높지는 않다”며 “택지개발에 따른 철거는 아니다”고 말했다. 중구에서도 2010년 13동, 2011년 13동, 2012년 46동, 2013년 49동, 올해 44동의 한옥이 철거됐다. 특히 중구는 서성로와 달성공원, 건들바위, 구암서원 주변으로 기와집 등 보존가치가 높은 한옥이 196곳이나 밀집해 있다.

현재 중구 계산동에 있는 현대백화점 주차타워는 한옥 12동을 포함한 건물 20여 동을 허물고 건립됐다. 이들 한옥 중 11동은 목조지붕에 일식기와를 얹은 근대식으로 한옥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자료였다. 계산동 2가는 서상돈, 이상화 고택, 계산성당 등 근대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중구 ‘근대路의 여행’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중구 관계자는 “계산동 일대는 교통이 편리하고 인근 서문시장에도 옛날부터 사람들이 몰려 2000년대까지 한옥이 많이 남아있었지만 현대백화점이 들어선 후 그 모습이 급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내 8개 구ㆍ군청 건축물 철거 허가 관련 담당자들에 따르면 한옥철거는 건물노후화, 원룸 등 다가구주택 신축, 택지개발계획 대상지역이 된 경우 등이다. 권상훈 달서구청 건축과 주무관은 “올해 철거된 15동에 비해 지난해가 41동으로 많은 것은 대곡보금자리지구 조성 때문인 것으로 파악 된다”라고 밝혔다.

손쉬운 행정 절차가 무분별한 한옥 철거를 부추기고 있다. 한옥 철거 희망자는 관할 구청에 공사 1주일전 신고만 하면 되는데다 실제로는 오전에 신고하고 오후에 착공해도 큰 문제가 없다. 대구 한 구청의 건축물철거신고관리 담당자는 “한옥 무단철거를 감시할 인력도 없고 적발해도 벌금도 물릴 수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난해 11월 한옥 신축 및 수선 비용 지원을 골자로 하는 ‘대구시 한옥 진흥 조례’를 제정하고 올 8월 시행규칙을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한옥을 신축할 경우 한옥보호지역 내에는 최대 5,000만원까지 그 외 지역은 2,000만원까지 보조하고, 수선은 한옥보호지역 내 최대 4,000만원 그 외 2,00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지만 한옥 철거를 막을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한편 국가한옥센터에 따르면 대구에는 1900년대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이 452동으로 울산 432동, 대전 188동, 부산 126동, 서울 86동 등에 비해 전국 7대 도시 중 가장 많은데도 한옥마을 육성대책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국가한옥센터 전국단위 한옥 통계 및 사례조사를 담당한 조재모 경북대 건축학과 교수는 “도심 한가운데 군집을 이룬 대구 중구의 한옥은 도시경관사업과 옛날 거리 조성 등 가치가 상당한데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유미기자 yu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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