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유 60달러 선 붕괴, 러시아 통화가치 급락 가속
브라질·印尼 등도 금융 불안, 도미노 위기로 번지는 양상
국제유가 급락에 따른 전세계 신흥국 경제의 연쇄 위기설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유가하락이 촉발시킨 원자재가 하락과 미국 금리인상 조짐에 따른 글로벌 자금이동이 맞물리면서 세계 경제의 허리를 떠받치는 신흥국 금융시장이 잇따라 초토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998년 외환위기에 비견되는 ‘저유가발(發) 환란 도미노’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15일(현지시간) 국제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배럴당 59.56달러로 거래돼 2009년 5월 이후 5년7개월 여만에 배럴당 60달러선이 붕괴됐다. 최근 보름 사이에만 15달러 이상의 급락한 두바이유는 올 최고가(6월23일 111.23달러)의 거의 반토막 수준이 됐다. 특히 “유가가 배럴당 40달러가 돼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입장(감산 불가)은 바뀌지 않을 것”(14일 수하일 알 마즈루에이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 장관)이라는 등 산유국간 치킨게임(한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모두 파국으로 치닫는 경쟁)이 계속되고 있어 당분간 유가 급락세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높은 상태다.
당장 직격탄을 맞은 것은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원유 판매 의존도가 높은 신흥 산유국들이다. 서방 경제제재와 유가 하락 등으로 통화(루블화)가치가 올 들어 49%나 급락한 러시아는 주가급락(올 들어 -50.26%), 물가 급등(11월 9.3% 상승)을 견디다 못해 16일 기준금리를 6.5%포인트나 전격 인상(연 10.5%→17.0%)하는 극약 처방까지 내놓았다. 진작부터 위기설에 시달리던 베네수엘라는 향후 1년 내 채무 불이행(디폴트) 가능성이 97%에 달한다는 전망마저 나올 정도다.
원자재값 하락과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회피 심리는 여타 신흥국 금융시장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국인 브라질의 통화가치(15일 달러당 2.685헤알)는 9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터키 리라화 가치(15일 달러당 2.33리라)도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들 국가의 경기악화, 정정불안 등이 외국인 투자금 이탈과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최근 신흥국들의 주식, 채권, 환율 시장이 거꾸러지는 상황이 1998년 외환위기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고 평가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주(4~10일 사이) 신흥시장에서 외국인 주식과 채권 투자금은 각각 14억, 10억달러가 빠져나갔고 국가부도 위험을 뜻하는 주요 신흥국들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12일 기준)도 최근 3, 4년새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정도는 다르지만 저유가의 충격은 선진국과 국내 금융시장도 위축시키고 있다. 유럽과 미국 증시가 15일 각각 2%, 1% 내외 하락세를 보였고, 16일 국내 증시(코스피)도 1% 가까이 미끄러지며 1,900선에 간신히 턱걸이(1,904.13)했다. 원ㆍ달러 환율(12.4원 내린 달러당 1,086.7원)과 채권금리(3년물 제외 국고채금리 일제 하락) 역시 저유가 충격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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