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러 수출·채권 회수 타격 가능성, 글로벌 자금 급속 이탈이 더 문제
글로벌 경제를 덮친 저유가발 충격의 여파에 우리 경제도 동요하고 있다. 16일 코스피지수(1,904.13)는 외국인 매도세가 닷새째 이어지며 1900선을 위협 받았고, 원ㆍ달러 환율(1,086.7원)은 안전자산인 엔화 강세와 이에 따른 달러 약세로 6주 만에 1,080원대로 떨어졌다.
특히 저유가 리스크가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을 필두로 브라질, 태국, 인도네시아 등 신흥국 전반으로 번져갈 조짐을 보이면서 교역 축소, 채권 상환불능 등 우리 경제에 미칠 악재도 한층 가시화되고 있다. 개발도상국이 올해 1~3분기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교역규모의 36%(중국 제외), 직접투자의 54%에 달한다.
정부 관계자는 “신흥국 위기가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가 우리에게 제일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교역에 문제가 생기거나, 우리 은행이 러시아에 빌려준 돈이나 사놓은 채권을 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대 러시아 교역은 전체 교역의 1.6% 정도이고, 대 러시아 채권 역시 전체의 1% 내외라 우려가 크진 않다”고 덧붙였다.
보다 심각한 불안 요인은 글로벌 투자자금의 신흥국 이탈 가능성이다. 실제로 신흥국 주식ㆍ채권에 투자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에선 지난주 25억달러 넘게 자금이 빠져나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된 올해 1월 이래 최대치를 보였다. 국내 증시 역시 최근 5거래일 동안 외국인 자금 1조9,232억원이 이탈하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낮은 유가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기며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자금이탈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유가 하락 국면인 만큼 미 연준이 금리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국은 신흥국과 차별화된 경제 여건을 지닌 만큼 위기에 쉽게 전염될 가능성은 적다”며 “러시아 상황을 지켜보며 필요하면 대책회의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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