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밀입국 성공… 中행적 조사
미리 휴가 내고 범행 "계획적 살인"
동거녀를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 유기한 박춘봉(55ㆍ중국국적)이 22년 전부터 위조여권 등을 통해 국내에 수시로 드나들며 15년 가까이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은 세 차례나 위조여권으로 국내 밀입국을 시도했지만 한번밖에 적발되지 않아 출입국관리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 경찰은 박이 동거녀가 만나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미리 휴가를 낸 후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경기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박은 1992년 9월 9일 본인의 이름으로 입국해 4년간 국내에 머물다가 96년 11월 12일 출국했다. 그리고 2년 뒤인 1998년 12월 28일 박은 중국인 이모(70)씨 명의의 위조 여권을 들고 한국으로 몰래 들어왔다. 5년간 국내에서 생활하던 박은 2003년 4월 춘천경찰서에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적발됐다. 재판에 넘겨진 박은 춘천지법으로부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고 그 해 7월 중국으로 추방당했다.
이후 박은 본인 여권의 출생 연도를 고쳐 2006년 인천공항을 통해 재입국하려다 안면인식시스템에 걸려 강제추방 전력이 드러나면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앞서 경찰이 파악한 박의 국내 체류기간은 중국인 박모(65)씨의 이름으로 90일간 머물 수 있는 단기방문비자(C-3)로 입국한 200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6년간이었다. 박은 당초 경찰이 확인한 체류기간보다 무려 9년 가량 더 머문 것이다.
결국 박은 위조 여권으로 세 차례 밀입국을 시도해 2차례나 성공했다. 외국인 입국 시 지문과 사진 촬영이 의무화된 2012년 이전이기는 하지만 허술한 외국인 출입국관리가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경찰은 박이 1992년에는 실명으로 입국해 체류하다 96년 출국하고 2년 뒤에는 위조된 여권을 사용해 입국한 점으로 미뤄 중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왔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사흘 전 인터폴에 공조 수사를 요청한 상태로 중국 내 행적을 통보 받는데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박은 동거녀 김모(48)씨가 짐을 싸서 언니 집으로 들어간 뒤 한 달 여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앙심을 품고 있다가 범행 당일 미리 휴가를 내고 김씨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박이 김씨가 일하는 대형 마트를 찾아가 반강제로 데리고 나온 뒤 자신의 전 주거지로 들어가자마자 살해한 점으로 미뤄 계획된 살인으로 보고 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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