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활동 기간' 룰 깨진 원인 지목
한화 “우린 규정 지켜” 황당 표정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비활동기간 합동훈련 금지 논란의 원인으로 ‘야신’ 김성근(72) 한화 감독을 지목하면서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최근 프로야구계에서는 넥센 일부 선수들과 코치들이 목동 구장에서 훈련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선수협은 “넥센이 비활동기간(12월1일~1월15일)에 실제로 합동 훈련을 했다면 제재하고 벌금을 물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에 넥센 측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훈련 하는 과정에서 야구장에 출근했던 코치들이 한 두 마디 조언을 건넸을 뿐”이라고 맞받아쳤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선수협이 김 감독의 이름을 불쑥 꺼내면서 한화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박충식 선수협 사무총장은 “몇 년 동안 넥센을 비롯해 다른 구단에서도 잘 지켜져 왔던 비활동기간 합동훈련 금지 규정이 김성근 감독님이 복귀하면서 다 깨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감독이 12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을 추진했다. 올해 1군에서 풀로 뛰었던 상당수 선수들이 훈련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비활동기간에 합동훈련을 금지한 야구 규약 규정을 뿌리째 흔들려는 시도였다”고 덧붙였다.
실제 박 사무총장의 말대로, 김 감독은 비활동기간 벌금을 감수하면서 합동 훈련을 밀어붙이려 했다. 박 사무총장과 여러 차례 통화도 했고, 훈련 명단을 10여명 안팎으로 줄이면서까지 훈련 강행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선수협이 “재활 선수도 합동 훈련을 할 수 없다”고 강경하게 나온데다가 구단 자체 내에서도 12월 합동 훈련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결국 김 감독의 선택은 훈련 계획 전면 취소였다.
문제는 선수협이 김 감독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일이 커졌다. 한화는 12월1일 이후 합동 훈련을 하지 않았다. 2군 구장인 서산에서만 신인들이 기량을 끌어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박 사무총장의 발언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지금 어디에선가 한화 선수 몇 명이 코치와 함께 훈련하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한화 구단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물론 선수협은 김 감독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큰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재활 선수의 합동 훈련마저 차단하면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훈련해야 하는 선수들의 휴식 시간을 보장해 줬다. 선수들도 월급도 나오지 않는 기간에 무조건 팀 스케줄에 따라 훈련하라는 것을 싫어했다. ‘강제’적인 12월 훈련을 반기지 않는 건 대부분의 1군 선수들, 코치들도 마찬가지.
선수협은 그러나 나름대로 의미 있는 규정을 확대, 적용시키고도 굳이 김 감독의 이름을 꺼내 들면서 일을 크게 만들었다. 한화 관계자는 다시 한 번 “우리는 규정을 지키는 팀”이라고 강조했다.
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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