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용·횡령 실태 등 적발… 술집서 법인카드로 512회 결제
국가 예산으로 받은 연구ㆍ개발(R&D)비를 횡령하거나 개인 용도로 사용한 연구원 및 이들에게 연구를 맡긴 공공기관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전력공사 등 21개 공공기관의 R&D 투자ㆍ관리실태를 감사한 결과, 연구개발(R&D) 예산이 유흥비와 횡령, 부실기업 선정 등으로 낭비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한수원, 한전원자력연료주식회사, 한국전력공사 등 3개 기관 소속 임직원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 간 유흥주점이나 노래방 등 54개 업소에서 512회에 걸쳐 법인카드로 약 1억1,900만원을 결제했다. 법인카드는 업무수행에서 벗어난 유흥주점 등에서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돼있으나 이들은 편법을 이용해 법인카드를 사용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한수원 연구원의 A 과장의 경우 지난해 9월 26일 유흥주점에서 양주와 맥주 등을 마시고 89만4,000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뒤, 기술개발 관련 업무회의에서 사용한 것처럼 서류를 증빙처리 해 회사에 제출했다.
한수원의 연구과제를 수행하던 모 사립대 B교수는 허위 연구원을 등록해 예산을 횡령하다 적발됐다. B 교수는 2010년 5월부터 2013년 1월까지 한수원의 ‘APR1400 인간기계 연계 훈련 및 평가방법 개발’ 과제를 포함한 6개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총 18명의 가짜 연구원을 등록한 후 이들의 인건비 등을 차명계좌로 빼돌리는 방법으로 약 2억3,800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B 교수가 횡령한 돈으로 자신의 취미생활을 위한 고급 오디오 구입비에 약 7,200만원을 쓰는 등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 전했다. 감사원은 B교수를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감사원은 한국가스공사가 연구개발을 위한 용역 민간업체를 주먹구구로 선정한 사실도 밝혀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10월 15일 ‘피복배관의 폐기물 처리를 위한 저온 열분해 장치 개발’ 과제를 위해 전북 소재의 중소기업인 C 업체를 선정하고, 개발비와 공사 지원금 등으로 약 12억5,000만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최근 매출실적이 200만원에 불과한 이 업체는 한국가스공사에 제출한 기업현황에 개발팀 등 4개 조직(직원 25명)이 있다고 적었으나, 실제로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직원 4명에 별도의 연구개발 조직도 없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한국가스공사에서 업체 선정을 맡은 팀장이 C 업체의 부실을 알고도 모른척했다”면서 “한국가스공사에 해당 팀장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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