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등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 일행이 어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를 하루 앞두고 개성공단을 방문, 고 김대중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 명의의 조화를 북측에 전달했다. 지난 8월 김 전 대통령 5주기 때 북측이 김정은 제1국방위원장 명의의 조화를 보냈던 것에 대한 답례의 성격이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도 이날 개성공단을 방문, 현정은 현대그룹회장 명의의 조화를 전달했다. 남북관계가 꽉 막혀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작은 움직임들이 돌파구를 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정일 사망 3주기는 3대 세습 후계자 김정은의 체제가 4년 차로 접어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3년 간 김정은은 나름대로 당과 군, 내각 전반에 걸쳐 비교적 안정된 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이 맘 때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과 관련해 정치사회적으로 불안정과 동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도 했으나 오히려 ‘현대판 종파’ 척결로 김정은의 유일지배체제가 한층 공고화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군부에 대해서는 일부 장성들에 대한 숙청과 계급강등 조치 등의 길들이기로 장악력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권력승계 후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제3차 핵실험을 강행해 한층 강화된 국제사회의 제재를 초래했는가 하면, 지난해 3월에는 경제ㆍ핵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채택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을 더욱 고조시켰다. 동시에 외자 유치를 위한 경제개발구를 다수 설치하는 등 경제개발에도 힘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함께 달성이 어려운 목표를 내세움으로써 남측은 물론 국제사회의 의구심과 불신을 높여 온 게 사실이다. 최근 들어서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북한 인권문제의 국제형사재판소(ICC) 회부를 포함한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 압박도 커지고 있다.
이제 관심은 ‘3년 탈상’을 마친 김정은 체제의 진로다. 워낙 예측이 어려운 체제이긴 하지만 김정은이 본격적인 자신의 시대 개막에 맞춰 남한과 국제사회를 향해 전향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정상회담 등을 통해 국제외교무대 데뷔를 시도할 수도 있다. 지난달 정권 2인자인 최룡해를 러시아에 특사로 파견해 북러 정상회담을 타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김정은도 이제 국제사회와 맞서기만 해서는 희망이 없다는 정도는 알게 되었을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보다 적극적으로 남북관계를 이끌어갈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고위관계자가 5ㆍ24조치 해제와 금강산 재개 등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밝힌 것은 바람직한 변화라고 본다. 김정은 체제가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먼저 진정성을 보이고 변화하면 좋지만 경직된 체제의 속성상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 정부가 선제적으로 여건을 조성하고 김정은 체제의 변화를 견인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