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 발견 후 22분 만에 지정병원 구급차 늑장 도착
"사고 사실 알려지는 것 막으려 119 신고 안한 듯"
전면 개장 전부터 천장 균열, 수족관 누수 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제2롯데월드 공사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또 다시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근로자가 쓰러진 채 발견된 지 22분 만에 지정병원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해 롯데 측의 사고 후 늑장조치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잃어버린 22분' 사설병원 구급차 늦게 도착 = 경찰 등에 따르면 쇼핑몰동 콘서트홀 공사장에서 비계 해체작업공 김모(63)씨가 16일 낮 12시 58분께 8층 공사장에서 두개골이 깨지고 목뼈와 왼쪽 다리뼈가 탈골된 채 발견됐다.
순찰 중이던 화재 감시원이 김씨를 발견한 지 7분여 만에 지정병원인 서울병원의 구급차를 불렀고 그 후 15분이 지나 구급차가 현장에 도착해 아산병원으로 옮기던 중 김씨는 숨졌다.
롯데그룹 측은 관할 소방서에는 따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관할 소방서로 신고했다면 김씨는 더 빨리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롯데그룹 측이 내부보고 등으로 시간을 지연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제2롯데월드는 가장 가까운 잠실 119안전센터에서 1.3㎞ 떨어져 있다. 서울병원은 제2롯데월드몰을 기준으로 2.66㎞ 떨어져 더 멀리 있다.
지난 9월 롯데그룹과 경찰·송파구청 등이 참여한 민관합동 종합방재훈련에서는 훈련 시작 3분 6초 만에 잠실 119 안전센터 소속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했다.
119에 신고하지 않고 지정병원인 서울병원 측에만 연락을 취한 것을 두고 사고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방방재본부 관계자는 "사상사고가 발생했을 때 119에 신고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은 없지만, 신고하지 않는다면 본부로서는 사상사고 등이 발생해도 전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를 아산병원에 데려다준 서울병원 관계자들은 즉각 119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출발 당시 의식이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보통 119와 지정병원에 함께 연락하는데 사고당시 협력 업체 직원과 안전관리자들이 김씨에게 의식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빨리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에 경황이 없어 서울병원에만 연락한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서울병원 측 구급차에 응급조치 전문가가 동승하지 않아 김씨가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롯데그룹은 지난 4월 제2롯데월드에서 배관공사 중이던 근로자 한 명이 숨진 당시에도 소방서 측에 늑장신고를 해 사망사고 은폐 의혹을 받았다.
당시 현장 근로자는 "작업 도중 사고가 나면 119에 신고하지 말고 지정 사설병원으로 전화하라고 조회 때마다 교육을 받는다"며 "사설 지정병원의 번호가 안전모에 적혀 있다"고 말했다.
◇목격자 없어 사망원인 오리무중 = 롯데그룹 측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목격자가 없어 김씨의 사망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김종식 롯데건설 이사는 "비계 해체는 작업량에 따라 2인 이상이 하며 혼자 하는 작업은 없다"며 "이번 사고를 목격한 근로자가 없어 사망원인은 더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규정상 2인 이상이 해야 하는 작업임에도 김씨가 목격자 없이 홀로 발견됐기 때문에 김씨가 안전 규정을 위반하고 혼자 작업하다 추락사했을 개연성이 있다.
경찰은 김씨가 정식 작업이 아닌 점심시간대 다른 원인으로 추락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수사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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