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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바깥에서 만나는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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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바깥에서 만나는 조정래

입력
2014.12.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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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ㆍ대담ㆍ칼럼ㆍ강연 등

45년의 기록 모아 책 펴내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작가 조정래 씨의 새 책 ‘조정래의 시선’(해냄 발행)이 나왔다. 지난 45년 간 했던 인터뷰와 대담, 강연, 신문 칼럼 등을 엄선하고 미처 전달하지 못한 내용을 보충해 한데 엮었다. 소설을 쓰게 된 동기와 취재 과정에 얽힌 뒷이야기를 비롯해 소설에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작가의 문학론과 인생관, 사회에 대한 인식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인터뷰와 대담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건 민중에 대한 애착이다. 그는 문예지 ‘문학사상’에 실린 안서현 문학평론가와의 대담에서 ‘정글만리’ 집필을 위해 중국 벽촌의 골동품 가게들을 취재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의 문학세계를 ‘민중’이라는 키워드 아래 하나로 묶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에서 계속해서 그리고 있는 것이 민중입니다. 백성, 곧 이름도 없고 권력도 없으면서 꿋꿋하게 일정 지역을 지켜내며 살아온 무리들 말입니다.(…) ‘정글만리’에서도 중국의 절대 다수를 이루는 백성, 사농공상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천민 취급을 당했던 무수한 이름 없는 백성들의 장인 정신에 대해서 그렸지요. 중국 5천 년의 거대하고 찬란하고 감동 어린 문화는 바로 그들의 인내와 피땀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원로 문예인들이 반드시 거치는 보수냐 진보냐란 물음에 대해서도 입장을 피력했다. 작가는‘태백산맥’ 출간 이후 보수 세력의 공격을 받았다가 ‘한강’에서 고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을 영웅으로 그려 진보 세력과도 마찰을 일으켰다. 작가는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시대 현실을 정직하고 용기 있게 대면해야 한다”며 “국내총생산 2만달러의 눈부신 경제 발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객관적으로 다루는 것이 작가의 또 하나 소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보수 진보 양측에서 공격 받고 불화하는 것은 작가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며, 그건 작가의 진정성과 순수성의 증명서”라고 덧붙였다.

오랜 동반자인 문학에 대한 애정도 여전하다. 1년에 362일, 매일 열두 시간씩 글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소설가 채희윤 씨와 문예지 ‘문학들’에서 나눈 대담에서 밤 새워 창작의 희열에 떨었던 시절을 회고했다. “문학은 어차피 어느 시대에나 절대다수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소수가 선택하되, 그 소수가 인간 사회를 이끌어 갔습니다. ‘작가란 인류의 스승이고, 그 시대의 산소다.’ 인류적 동의로 주어진 명예입니다.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은 오로지 당신의 실존입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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