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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러 루블貨 위기, 새로운 외환위기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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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러 루블貨 위기, 새로운 외환위기의 그림자

입력
2014.12.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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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락에 따른 러시아 루블화 위기가 급물살을 타는 조짐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어제 기준금리를 기존 10.5%에서 단번에 17.0%로 무려 6.5%포인트나 인상했다. 연초 5.5%였던 기준금리는 루블화 약세 등에 따라 그 동안 다섯 차례 연속 인상됐다. 그러나 지난 11일 1%포인트를 올린 지 불과 닷새 만에 또 다시 금리를 대폭 인상하는 고강도 조치를 내놓으면서 현지 상황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앙은행의 급격한 금리인상은 흔히 통화위기 초기에 투기세력에 의한 통화 투매(投賣)에 대응하기 위해 가동되는 조치다. 원유 및 천연가스 수출이 전체의 70%에 이르고, 관련 세수가 재정수입의 50%를 차지하는 러시아 경제는 지난 6월 배럴 당 106.91달러였던 서부텍사스유(WTI) 기준 국제유가가 불과 6개월 만에 55달러 선까지 폭락하면서 위기국면으로 치달았다. 실제 러시아는 그 동안 물가 급등, 증시 추락, 채권금리 폭등 등 전형적 위기상황에 시달려왔다. 외국인 투자자금의 러시아 이탈이 벌어지면서 달러-루블화 환율 역시 연초 대비 87%나 폭등(루블화 가치 폭락)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루블화처럼 통화가치가 일방적으로 급락하면 글로벌 투기세력이 준동한다. 루블화를 대량으로 빌려 가치 하락 목표선에 이를 때까지 선ㆍ현물 통화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매도함으로써 차익을 얻는 ‘숏세일즈’ 또는 공매도가 발생한다. 그 경우 루블화 하락 속도는 더욱 빨라져 마침내 전반적 통화위기로 번지는 악순환이 초래된다. 이번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최근 달러 당 61루블 수준인 환율이 조만간 100루블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루블화 투기에 의한 전반적 경제위기 조짐이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거부와 미국의 묵인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세 등과 관련해 우리 경제에도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현지 경기부진에 따른 조선 자동차 업종 등의 중동 및 러시아 수출 타격, 현지 통화가치 급락에 따른 환차손 등이 당장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더욱 걱정스러운 건 루블화 위기 악화에 따른 러시아 경제위기와 그로 인한 위기의 주변국 확산 가능성이다. 1995년 초 멕시코 페소화 위기는 신흥국 경제 전반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며 이듬해 동남아로 전염됐고, 1997년엔 우리나라까지 외환위기에 휩쓸렸다. 달러 강세와 미국 금리인상, 엔저로 인한 신흥국 경기 부진 등 최근 글로벌 경제상황이 그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세계 경제에서 러시아의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위기의 동시적 확산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당국은 지금부터라도 선제적 대응책을 가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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