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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현대음악을 타다

입력
2014.12.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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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파류 잇는 가야금 주자 박경소

산조에서 월드뮤직까지 아우르며

시공간 경계 넘는 독특한 공연

21일 서울 삼성동 베어홀 무대서

박경소씨는 "외롭고 힘들었지만 가야금을 한 지 10년쯤 되니 지인들이 진심으로 나를 응원해 준다"고 말했다. 최선아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3)
박경소씨는 "외롭고 힘들었지만 가야금을 한 지 10년쯤 되니 지인들이 진심으로 나를 응원해 준다"고 말했다. 최선아 인턴기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3)

가야금 주자 박경소(34)씨가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공연장 베어홀에서 ‘현대의 가야금으로 말하다’ 공연을 한다. 제목이 말해주듯 이날 공연은 동시대와 교유하는 자리다. 그는 자신의 가야금이 김죽파류를 본령으로 하고 죽파류의 이수자인 서원숙, 양승희 등을 잇고 있다며 스스로의 정통성과 존재 근거를 밝힌다. 그런 그가 이번 무대를 통해 현대를 언급하는 것은 정통에서 연원을 찾고 동시대를 호흡하며 미래를 내다보는 일련의 과정을 밟으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현대를 사는 사람으로서 3세기 가야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악기인 가야금을 통해 현대 음악과 본격적으로 만나려는 것이지요.”

꼬박 한 달째 연습중인 일련의 초연곡들은 그 매듭이다. 그 중 하나가 ‘두 개의 나선’이다. 국악 박자와 서양 음악 박자 등 두 개의 박자가 공존하면서 긴장을 자아내는 작품으로 컴퓨터 음악가인 최영준 계원대 교수의 컴퓨터 조작과 전자장구와의 협연으로 이뤄진다. 이 작품에 대해 박씨는 “계면조 선율을 기본으로 미리 녹음한 컴퓨터 음과 맞추는, 일종의 디제잉”이라면서 “두 박자의 공존을 통한 긴장은 한국 사회의 복잡한 양상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두 개의 나선’과 달리 ‘군도(Architelago)’는 조화의 세계를 지향한다. 바레인의 핫산 후자이리가 작곡한 이 곡은 기타를 닮은 아랍의 전통 악기 오우드로 연주한다. 25현 가야금을 중심에 두고 4명이 박수로 만들어 내는 바레인 민속리듬이 흥겹다. 한국과 아랍 고유의 선법이 얽혀 빚는 선율 또한 특별하다. 이 곡에 대해 박씨는 “2001년 동료 두 명과 만든 가야금 트리오 ‘아우라’ 활동을 할 때 주목했던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초연작은 아니지만 함께 연주할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에도 새로움이 넘친다. 12현 가야금을 위한 백병동의 ‘신별곡’(1972년)은 양악과 국악이 담 쌓고 있던 시절에 국악기로 서양식 화음을 시도한 역사적 작품이다. 이건용의 ‘옹헤야’(2003년)는 민요의 매기고 받는 형식을 25현 가야금 연주로 구현하는데 이를 두고 박씨는 “아름다운 하프곡 같다”고 평가한다.

함께 선보이는 독일계 한국 작곡가 정일련씨의 ‘무(舞)’은 빠르고도 생소한 리듬적 시도 때문에 박씨가 특히 신경 쓰는 작품이다. 작곡가가 때맞춰 방한, 무대를 지켜보니 박씨가 더 긴장할 수밖에. 가야금 산조와 병창에서 영감을 받은 이 곡은 징과 장구 반주로 12현 가야금을 탄다. 박씨는 난해하고도 빠른 작품은 수없이 연습해 손이 본능적으로, 절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최선임을 알고 있다.

박씨에게 현대음악은 필연이다. “피아노를 10년 동안 치다가 능구렁이처럼 가야금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제겐 전통과 현대가 내면적으로 혼재해요.” 즉흥 연주 역시 그렇다. 퍼포먼스 그룹 파란달이 8월에 펼친 연극 ‘어리’에서 박씨는 50분 동안 가야금 한 대만으로 즉흥 무대를 만들었다. 앞서 2001년에는 오스트리아에서 한국ㆍ오스트리아 음악가들의 즉흥 협연 ‘마크로포니아’에 참가한 적도 있다.

따라서 그에게는 정통ㆍ현대ㆍ즉흥 음악이 하나다. 그래서 그는 “진정 열려 있는 소리로서의 즉흥 음악은 산조나 민요에 이미 있었다”고 말한다. 산조와 민요가 바로 모든 것의 출발점인 것이다. (02)557-9489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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