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관제과 최영식씨 정년 맞아 30권 공개
지난 34년 동안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재직하면서 철강인으로 겪은 성취와 감동, 애환, 개인 일상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기록한 정년퇴직자의 일기장이 화제다. 주인공은 광양제철소 생산기술부 생산관제과 최영식(58)씨.
그는 지난 1980년 12월 25살의 나이에 당시 포항제철에 입사해 87년 10월 전남 광양제철소로로 옮겨와 이곳에서 줄곧 근무했다. 평소 일기 쓰기를 좋아했던 그는 입사 이듬해인 81년부터 지금까지 34년 동안 회사 주변에서 일어난 이야기들을 회사수첩 30권에 빼곡히 기록했다. 그의 일기장에는 광양제철소 탄생부터 현재까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광양으로 발령받은 87년 10월 어느날 그의 일기장에는 “바다에 공장을 세워가지고 제대로 돌아갈까 의구심이 들었다. 포항을 떠날 때 동료직원들은 공장이 무너질 거라며 말렸다. 모래바람을 뚫고 출퇴근하고, 술을 한잔 하려 해도 태인도까지 배를 타고 가야 했다”고 쓰여 있다.
그는 회사의 성장과 수많은 사건 속에서 갈등하고 만족했던 순간의 감정을 애사심과 함께 기록했다. 92년 포스코가 3조3교대에서 4조3교대로 전환하던 날에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시작되던 것이다. 직원들 심신단련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썼다.
같은 해 10월 광양4기 공장 종합준공식 날에는 “총 조강생산량 1,140만톤이 되었고 포스코는 총 2,100만톤 조강생산체제를 갖췄다”며 “포항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광양만에서 세계를 향한 대역사를 마무리했다. 이런 현장을 지켜보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회사에 무한 긍지를 느끼는 하루”라고 기록했다.
93년 8월 1일 회사가 직원 출퇴근신발을 안전화에서 단화로 바꿀 때는 “포항제철에 오랜 관습 하나가 깨뜨려지는 날”이라고 적었다. 그는 87년 6월 항쟁, 95년 포스코 민영화, 98년 IMF 금모으기 운동 등 회사와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서도 당시 느낀 감정과 진솔한 의견을 담백하게 적었다. 그는 또 81년 1월 첫 봉급 8만원을 받았을 때부터 계좌이체가 시작되기 직전인 2003년 1월까지 22년치 월급봉투도 빠짐없이 간직하고 있다.
오는 19일 정년퇴직하는 최씨는 “34년 몸담은 회사를 떠나려니 만감이 교차한다”며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게 해준 회사와 동료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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