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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김장

입력
2014.12.1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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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다니는 딸아이가 절인 배추와 앞치마를 들고 룰루랄라 신나서 유치원에 갔다. 꼬맹이들이 김장이라니. 난리법석이 눈앞이다. 딸아이는 유치원에서 정하는 김치 주간에 교육을 받고 김치마니아가 되었다. 집에서는 맵다 짜다 좀처럼 먹이기 어려웠는데 말이다.

예전에는 오십 포기 백 포기씩 김장을 했었다. 요즘에는 기껏해야 이삼십 포기 정도다. 김치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다른 먹을 거리도 많고 언제라도 김치 담그는 것이 어렵지 않다. 올 겨울은 여기저기서 김장 김치를 보내줘서 김치 맛을 보는 재미가 있다. 갓 담은 김치는 맛깔스럽다. 삶은 고기를 싸서 먹기도 하고, 뜨거운 쌀밥에 그냥 먹어도 맛있다. 막 버무린 김치 양념을 배추 속잎에 돌돌 말아 먹는 맛도 일품이다. 김치 맛이 집집마다 달라 먹는 재미가 더 크다.

김장하는 날의 부산함이 기억난다. 실한 배추를 쩍 가르면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숨이 죽은 배추들을 첩첩 쌓아놓고 벌겋게 속을 버물릴 때는 군침이 막 돈다. 푸른 겉잎으로 꼭꼭 감싸서 통을 채우면 한해 겨울을 준비하는 마음도 함께 담긴다. 요즘은 더 이상 김칫독을 묻을 데가 없고 다들 김치 냉장고를 쓴다. 깨끗하고 편리한 것 같기는 하다. 땅에 엎드려 엉거주춤 항아리 속으로 팔을 넣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데 마당 있는 옛집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땅속에서 숨 쉬던 짜고 찝찔한 동치미 무를 아작아작 씹어 먹었던 밤이 있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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