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조직적인 테러를 의심했던 17시간 동안의 인질극으로 호주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이 정도로 마무리된 데 내심 안도하면서 호주 사회는 이번 사건을 더 큰 테러에 대한 교훈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호주 경찰과 정보 당국은 이미 관공서나 유명 건물의 경계를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시민들이 즐겨 찾는 상업지역(식당 카페 극장 등)에 대한 경계에서 허점을 노출했다. 진압 작전에서 인명 피해가 난 것도 문제다. 사건 발생 이후 호주 경찰은 인명 피해 없는 상황 종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누차 밝혔다. 경찰이 사건 발생 직후부터 인질범의 정체를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진압이 과연 불가능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번 사건을 통해 호주 경찰과 정보요원 중 아랍어를 구사하고 중동 커뮤니티에 정통한 요원들이 거의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35만~40만인 호주 중동계의 다수가 거주하는 시드니, 멜버른 지역 경찰 중 아랍어 구사자는 극소수다. 아시아계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태로는 비영어권 커뮤니티에 대한 정보력을 가동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중동계가 저지른 모든 사건을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와 연관 짓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의 전모에 대한 공식발표는 아직 없지만 현재까지 정황으로 볼 때 IS와 연관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를 비롯한 영어권과 유럽에서 중동계는 사회적으로 따돌림 당하는 대표적인 그룹이다. 이슬람계의 테러 위험을 줄이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이들이 그 사회에 뿌리내리고 융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취업, 소득 등 사회 모든 분야에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정부도, 기업도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시드니=고직순 호주한국일보 기자 editor@koreatime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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