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경위 자살 관련 지도부 책임론 확산
베일 속 정보분실 시스템 개선 요구도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45) 경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경찰 수뇌부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 경위가 유서를 통해 경찰을 ‘힘없는 조직’이라고 언급한 점을 들어 지도부의 미온적 대처가 비극을 불러왔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15일 일선 경찰들은 모든 조사를 검찰에 떠맡기고 수수방관한 지도부의 행태를 한 목소리로 비판했다. 조직원에 문제가 생기면 최소한 경위 파악이라도 하는 게 순리인데 현 수뇌부는 그런 시늉조차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경찰서 정보과장은 “최 경위는 잘잘못을 떠나 자신을 내쳐버린 경찰 조직에 심한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경찰서 정보과장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사건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한 직후부터 지도부는 정보분실 직원들을 보호할 의지가 전혀 없었다. 이런 조직을 어떻게 믿고 일하겠느냐”고 성토했다.
경찰 수뇌부는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에서도 여전히 검찰 수사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이) 미리 파악해 볼 수 있겠지만 진실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검찰 수사를 보고 고칠 게 있으면 고치고, 물갈이할 게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이상원 경찰청 차장도 “경찰이 힘이 없다는 건 (최 경위) 본인이 느끼기에 그런 것”이라며 “수사가 종료된 뒤 원인 분석에 들어가겠다”고 했다.
구 서울청장은 이날 오전 경찰을 대표해 서울 명일동성당에 마련된 최 경위의 빈소를 조문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예정된 전국 지휘부 화상회의도 취소한 채 후속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일각에서는 최 경위 죽음을 계기로 베일에 싸인 정보분실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 정보관은 “정보 분야는 업무 자체가 보안사항으로 돼 있어 정보관이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도 전혀 파악이 안 됐다”면서 “이번 문서 유출과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정보 독점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수뇌부도 이런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이 차장은 이날 “정보분실 기능은 유지하되, 보안이 문제가 된 만큼 분실을 청사 내로 들여 지방청장의 직접 지휘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서울청 건물이 협소한 점 등을 감안, 서울청 소유의 건물 중 적당한 장소를 물색해 분실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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