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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이냐, 아니냐' 갈등만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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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이냐, 아니냐' 갈등만 증폭

입력
2014.12.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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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에 상여금 포함" 판결 1년

취업규칙 변경 두고 잇단 노사대립, 근로기준법 통해 기준 명확히 해야

지난해 12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1년이 지났지만 노동 현장에는 오히려 통상임금 문제를 둘러싼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올해 2월 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 지도 지침’을 제시했지만 강제성이 없는데다, 이후 통상임금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사업장별로 달라 노사 갈등만 심화됐다는 평가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 불법적으로 취업규칙을 바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 성과금으로 바꾸거나 각종 수당을 없애려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취업규칙 바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

아시아나항공 노조 등이 속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항공협의회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5월 서울중앙지법이 아시아나항공의 정기상여금 600%에 대해 통상임금이라고 판결했지만, 사측이 이를 무시하고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 내용으로 취업규칙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취업규칙을 바꿀 경우 직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사측이 인사 발표를 앞두고 ‘동의하지 않으면 인사상ㆍ금전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압력을 가하는 식으로 직원들에게 동의 서명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업계 특성상 다양한 직종과 근무형태의 근로자가 존재해 정기상여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경우 직원간 임금 격차가 커져 위화감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취업규칙 변경 절차는 관련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취업규칙을 바꿔 각종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사업장은 수백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새정치연합 의원이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 이후 올해 4월까지 고용부에 제출된 취업규칙변경신고 3,236건 가운데 724건을 조사한 결과 노동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포함한 변경 신고가 538건(74.3%)에 달했다. ‘각종 상여금ㆍ수당에 재직자 요건을 포함’(37.1%)하거나 ‘상여금을 축소 또는 삭제’(26.8%)하고, ‘상여금을 성과금이나 명절수당으로 변경’(26.8%)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취업규칙을 바꾼 사업장 중 노조가 있는 곳은 4.1%(30곳)에 불과했다.

엇갈리는 법원 판결로 혼란 가중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급시기가 1개월이 넘더라도 정기적으로 지급했는지(정기성) ▦가족수당·직무수당처럼 일정 요건을 갖추면 지급했는지(일률성) ▦지급대상과 지급액을 사전에 제시해놓고 재직ㆍ퇴직 여부에 관계없이 지급했는지(고정성) 등을 따져 이들 세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일선 법원은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등의 기준에 대해 제각각의 해석을 내놓아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지난 6월 서울남부지법은 대한항공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15일 이상 결근한 경우에는 2개월마다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10월 부산지법은 르노삼성자동차 소송에서 ‘사측이 2개월마다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을 중도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았지만, 고정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비슷한 사안에 대해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근로기준법 또는 관련 시행령을 통해 통상임금의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재형 이화여대 교수는 “통상임금 갈등을 겪는 사업장 대부분은 ‘질 좋은 일자리’로 꼽히는 대규모 사업장”이라며 “통상임금 대법원 판결의 취지가 장시간 근로를 줄여 논란의 소지를 없애려는 데 있는 만큼 정부와 국회가 이런 방향성을 갖고 입법을 통해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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