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윤상이 세 명의 남성 보컬과 함께 부른 세 곡을 수록한 음반 '더 듀엣 파트 1'을 발표했다. ‘따뜻한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추구하는 그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대중적인 발라드 음반이다. 음반 발표 직후인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린 그의 공연 ‘겨울 밤의 풍경’의 부제는 ‘조금 더 열린 콘서트’다. 윤상은 공연에서 “이번에 발표한 곡들은 콘서트 부제처럼 좀 더 열려 있고, 외부의 수혈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세 곡 중 먼저 눈에 띄는 곡은 아이돌 그룹 인피니트의 멤버 김성규와 함께 부른 ‘RE: 나에게’다. 김성규가 과거의 윤상 역할을 맡아 현재의 윤상과 대화를 주고받듯 노래를 불렀다. 과거의 자신과 함께 부르는 노래이기에 한 때 유행했던 ‘청춘을 위한 힐링’의 뻔한 공식에서 벗어나 있다. 김성규가 “거짓말 한 적 있나요, 위로하고 싶은 좋은 마음으로”라고 묻자 윤상은 “지금만은 아니야, 너에게만큼은 단 한번도”라고 답한다. 과거의 자신에게 “한 번 더 날 믿어줘”라고 조심스레 부탁하는 윤상의 목소리에는 과거의 자신을, 그리고 미래에 윤상이 될지도 모르는 많은 이들을 향한 진실한 마음이 묻어난다. 이 노래를 위해 윤상과 비슷한 음색을 찾아낸 성규의 목소리도 인상적이다.
☞ 윤상&김성규 'RE: 나에게' 듣기
타이틀곡인 ‘왈츠’ 역시 윤상으로서는 드문 시도를 한 곡이다. 자신이 작곡하지 않은 곡에 가사를 붙이고 노래한 것이다. 이 곡의 작곡자이자 목소리 파트너는 앨범의 작곡과 편곡을 함께 한 다빈크다. 윤상은 “다빈크가 드라마 ‘신사의 품격’ 오프닝 곡을 불렀을 때부터 눈독을 들였고 결국 이번 앨범 작업을 함께 했다”고 소개했다. ‘왈츠’는 제목대로 경쾌한 왈츠 박자 위에 얹힌 곡이지만 윤상은 담담하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이어지는 오랜 연인의 사랑을 노래했다.
윤상이 작곡한 ‘사랑합니다’로 인기를 모았고 현재는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를 공연 중인 팀도 부름을 받았다. 윤상이 “내 페르소나 같은 팀과 함께 부른 달콤한 노래”라고 소개한 ‘그 겨울로부터’는 헤어진 연인과 함께 했던 따뜻한 겨울을 추억하는 고전적인 발라드다. 뮤지컬로 바쁜 일정 가운데에도 윤상과 함께 무대를 꾸민 팀은 “오랜만에 가수로서 무대에 섰다”며 “이 곡을 들으며 이번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란다”는 소감을 남겼다.
윤상의 공연 역시 예전과 다른 분위기였다. 중간중간 재생된 영상들을 통해 ‘꽃보다 청춘’에서 솔직한 모습을 보인 후 대중과 좀 더 가까워진 그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윤상이 요리사에 도전한다는 내용을 담은 짧은 콩트에서는 음악가로서의 자신을 잠시 놓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만화영화에 나오는 로봇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전자음악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흥미로운 뒷얘기도 공개됐다.
하지만 이어진 영상에서 그는 음악에서 연상되는 단어를 ‘천직’이라고 말했다. ‘따뜻한 전자음악’을 향한 열망과 이를 완성하기 위한 그의 완벽주의적 성향이 엿보이는 인터뷰는 ‘음악가들의 음악가’로 불리는 그의 명성을 재확인하기에 충분했다. 조금 더 열렸다고 해도 음악인으로서의 근본 자세는 변하지 않은 윤상이기에, 그의 음악은 여전한 그리고 새로운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공연 막바지에 윤상은 “내년이 더 달려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싱어송라이터 윤상의 새로운 여정을 예고했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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