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가 끝난 지 한참이지만 초겨울 들판에는 간간이 원기둥 모양의 흰색 뭉치들이 남아 있다. 볏짚을 비닐로 말아 유산균으로 발효시킨, 흔히 공룡 알이라 불리는 ‘곤포(梱包) 사일리지’다. 1개 500kg에 5만원을 호가하는 이 사료뭉치 하나면 소 50마리의 한끼 식사가 된다. 논에서 볏짚이 사라지자 나락과 볏짚을 집 삼아 겨울을 나던 야생동물에게 비상이 결렸다. 먹을 것이 없어져 생존을 위협받게 된 것이다. 쥐도 새도 못 먹게 먹이가 사라지면 야생은 인간에게 대가를 요구한다. ‘소만 배고픈 것 아닌데…우리도 같이 먹고 살자구요.’ 싹쓸이보다는 남기는 미덕이 그립다. 힘든 시대, 뭐라도 나누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선임기자ssshi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