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와는 대조적인 모습
15일 오후 2시 28분쯤 검찰에 모습을 드러낸 박지만(56) EG회장은 조사를 앞두고 “(검찰에서) 사실대로 얘기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말을 아꼈다. ‘비선 실세’의혹을 받으며 박 회장과의 권력 암투설 상대로 지목된 정윤회(59)씨가 지난 10일 검찰에 출석하면서 “이런 엄청난 불장난을 누가 했는지, 불장난에 춤춘 사람들이 누구인지 다 밝혀지리라고 생각한다”며 공세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이날 56번째 생일이기도 했던 박 회장은 검정색 코트에 목도리를 두른 복장으로 자신의 제네시스 승용차에서 내려 천천히 서울중앙지검 청사 출입구로 향했다. 포토라인에 서서 잠시 포즈를 취한 박 회장은 심경을 묻는 기자들에게 “들어가서 제가 알고 있는 사실대로 이야기하겠다. 여기서는 더 이상 할 이야기 없다”고 차분하게 답했다. 정씨와의 암투설 및 청와대 측이 박 회장의 측근 그룹으로 지목한 ‘7인 모임’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지만 박 회장은 “(검사실에) 들어가서 얘기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당초 혼자 출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박 회장은 이날 자신의 법률대리인인 조용호 변호사와 동행했다. 서류 가방을 든 조 변호사는 취재진에 둘러싸인 박 회장을 한 발치 떨어진 곳에서 잠시 지켜보다 박 회장과 함께 인파를 뚫고 방문자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조사실로 향했다. 앞서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회장의 한 측근은 “(박 회장이)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변호인 없이 혼자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박 회장은 지검 청사 11층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을 맡은 특수2부 조사실에서 신문을 받았다. 미행설과 문건 진위 여부 수사를 맡은 형사1부 검사도 참석해 동시에 2명의 검사가 신문에 참여했다.
박 회장이 검찰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02년 마약 투약 혐의를 받고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후 처음이다.
박 회장이 출석한 중앙지검 청사 입구에는 이날 오전부터 2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일부 언론은 박 회장이 청담동 자택을 나선 오전 10시 50분쯤부터 취재차량으로 박 회장의 승용차와 추격전을 벌이며 그가 검찰에 도착할 때까지 동선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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