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발의 의석 초과 달성 "국민 과반수 지지 확보 노력"
"과거 전쟁 반성, 日이 갈 길 명기" 내년 8월 총리 담화에 이목
새 아베노믹스 연내 마련도 밝혀
총선 압승으로 집권을 연장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5일 헌법 개정은 국민의 과반수 지지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개헌 의지를 거듭 표명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안 안보법제 정비에 대해서도 이번 총선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었다”며 적극적으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총선에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베 총리는 총선 윤곽이 드러난 전날 밤에도 여러 방송에 출연해 시간을 두고 천천히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는 “개헌은 나의 목표이자 신념”이라며 “(개헌안 발의에 필요한)중ㆍ참의원 3분의 2 세력 형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국회에서 3분의 2 세력을 만들었다고 해도 국민 투표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며 개헌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공론화할 것임을 밝혔다.
아베 총리의 발언은 2016년 참의원 선거 이후 개헌 찬성파 의원 3분의 2를 규합해 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ㆍ참 양원에서 개헌 발의에 성공해도 국민투표에서 찬성 과반에 미치지 못하면 개헌 논의는 사실상 백지화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아베 총리가 관여하는 우익단체 일본회의를 중심으로 이미 개헌 찬성 주민 1,000만명 서명운동이 시작된 상태다.
아베 총리가 뚜렷한 의제도 없이 중의원을 해산해 장기집권 기반을 구축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개헌을 완성하기 위한 시나리오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이전보다 4석 줄어든 291석을 얻었다. 연립한 공명당은 4석을 추가한 35석을 차지해 여당이 개헌발의 가능 의석(317석)을 넘는 326석을 확보했다.
아베는 또 내년 8월15일을 전후해 발표할 ‘총리 담화’와 관련해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과 전후의 걸음, 일본이 앞으로 어떠한 길을 갈 것인가를 명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과거 전쟁에 대한 반성은 1995년 식민지 지배와 침략 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취지”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외교 전문가들은 이 말에서 아베 총리의 본심은 “일본이 어떠한 길을 갈 것인가”라는 대목에 있다고 해석한다. 전쟁의 반성은 과거의 문제로 돌리고, 향후 전쟁이 가능한 보통국가로 새 걸음을 내딛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집권 직후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적이 있고, “침략전쟁”이라는 말 자체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새 담화를 통해 무라야마 담화를 사실상 무력화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선 승리를 아베노믹스를 더욱 진전시키라는 국민의 뜻으로 받아들인다며 엔저 대책 등을 포함한 새로운 경제대책을 연내에 마련하는 등 경제를 우선해 정권을 운영해가겠다는 뜻도 거듭 밝혔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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