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경찰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을 지지하는 언론인 27명을 체포하고 나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터키 경찰은 14일 터키 전역에서 최대 일간지 자만의 에크렘 두만르 편집국장과 히다예트 카라카 사만욜루TV 회장, 방송사 프로듀서, 작가, 경찰관 등 최소 27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사전에 국가전복과 위조,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이들을 포함해 32명의 체포영장을 발부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된 사람들은 과거 에르도안 대통령의 동지였다가 최대 정적이 된 이슬람 성직자 페툴라 귤렌(73)의 지지자들이다. 귤렌은 미국에 머물며 교육과 언론, 문화, 경찰, 사법부 등에 지지자를 다수 확보한 터키의 사회단체 ‘히즈메트(봉사) 운동’을 이끌고 있다.
앞서 이날 이스탄불 외곽의 자만 본사 앞에는 2,000명의 지지자와 언론인이 모여 항의 시위를 벌였다. 수 시간을 대치하던 경찰이 사복경찰을 투입해 두만르 편집국장을 체포하자 시위대는 “자유 언론을 침묵하게 만들 수 없다”, “터키는 당신이 자랑스럽다”라고 외쳤다. 두만르 편집국장은 “우리는 두렵지 않다”며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겁먹게 하자”고 했고, 카라카 사만욜루TV 회장도 “슬프게도 이것이 21세기의 터키에서 언론인들이 받는 대접”이라고 말했다.
이번 검거작전은 지난해 12월 총리였던 에르도안 대통령을 겨냥한 대규모 비리수사로 측근 수십 명이 체포된 지 1년 만에 이뤄졌다. 당시 경찰 수천 명과 법관 수십 명을 파면하며 사태를 수습한 에르도안은 지난 12일 귤렌 지지자를 ‘악한 세력’이라 지칭하며 대대적 검거를 예고했다. 아흐메트 다부토울루 총리는 이날 “오늘은 시범을 보였다”며 “모든 이가 반민주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해 추가 검거를 시사했다.
그 동안 터키 정부의 내부자료를 폭로해온 가명의 트위터 사용자 ‘푸아트 아브니’도 지난주 언론인 150명을 포함해 400명이 검거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터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이번 작전을 ‘쿠데타’에 비유하며 맹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국제사회의 비난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페데리코 모게리니 외교ㆍ안보 고위대표는 EU 가입을 추진 중인 터키를 염두에 둔 듯, 가입국 확대를 담당하는 집행위원 요하네스 한과 “이번 검거는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인 언론 자유와 양립할 수 없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미국 국무부도 “터키의 동맹으로서 터키 당국이 자국의 민주적 근간과 핵심가치를 침범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180개 국가를 상대로 조사한 언론자유 지수에서 터키는 154위를 기록하는 등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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