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춘문예 1792명 응모

시753명, 소설 412명, 희곡141명, 동화207명, 동시279명

취업난 등 팍팍한 현실 주제가 최다...時, 세월호 소재 의외로 적었고

희곡은 바로 공연 가능한 작품 여럿...동화 속 엄마 부정적 캐릭터 많아

6일 한국일보 편집국에서 열린 2015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예심에서 문학평론가 이수형(왼쪽부터), 소설가 윤성희, 강영숙씨가 응모작들을 살펴보고 있다.홍인기기자 hongik@hk.co.kr

내년 한국 문단에 새로운 피를 수혈할 2015 한국일보 신춘문예의 심사가 완료됐다. 올해 응모자는 총 1,792명. 2014년(2,169명)에 비해서는 줄었지만 근 2, 3년 간의 추이를 살펴보면 2012년 1,506명, 2013년 1,67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문별로는 시 753명, 소설 412명, 희곡 141명, 동화 207명, 동시 279명이 원고를 보내왔다. 예년에 비해 희곡과 동시 부문의 응모작이 특히 늘어난 것이 눈에 띈다.

시 부문 응모작들은 전체적으로 평준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가족을 노래한 시가 꾸준한 것과 세월호 참사를 소재로 한 시가 예상보다 적었다는 게 특징으로 꼽혔다. 한 심사위원은 “과감하고 실험적인 시는 줄어든 반면 무난하고 평범한 작품이 많아 하나를 뽑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심사위원은 “보는 순간 전율이 일어나는 작품이 많이 줄어든 것은 아쉬운 점” 이라면서도 “아직도 시를 쓰려는 열망을 가진 사람이 수백 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라고 평했다.

소설 부문에서는 취업난, 전세란, 열악한 노동현장 등 팍팍한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늙음과 동성애를 소재로 한 소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는 것도 이목을 끈다. 한 심사위원은 “시사적인 작품이 확실히 많았지만 그래서 좋은 문학이냐 묻는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라며 “사회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보다 배경으로 삼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정작 최종심에는 시사적이지 않은 작품들이 올랐다”고 말했다. 다른 심사위원도 “소설은 문제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인물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그것에 성공한 사람이 많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또 다른 심사위원은 “어쨌든 (사회 문제를) 돌파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이 문제를 소설적으로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문청들의 고민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곡 부문에서는 시류나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작가의 개성이 분명히 드러나는 작품들이 많았다. 한 심사위원은 “최근 몇 년간 적대감, 분노, 패륜 등 한국 현실을 암울하게 그린 작품이 대부분이었는데, 올해 작품들은 이런 분위기에 치우치지 않았다”며 “90세 노인부터 어린 소년까지 연령ㆍ성ㆍ사회적 지위가 다른 인물들이 등장해 화해와 세대공감 등 다양한 소재를 다뤘다”고 말했다. 공연성이 강한 작품이 많았다는 것도 특징이다. 다른 심사위원은 “당장 무대에 올려도 공연이 가능한 작품이 여럿 있었다”며 “‘봄날은 간다’ ‘극적인 하룻밤’ 등 공연성이 강한 한국일보 신춘문예의 전통을 이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동화 부문 응모작들은 대체로 첫 문장부터 독자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활달한 판타지에 도전하기보다는 소소한 일상에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것. 가족 관계를 주제로 한 작품이 여전히 많았으며 도심 속 유기동물 또한 인기 소재였다. 한 심사위원은 “노인들이 이야기 속에 많이 등장하는데 독거노인이나 조손가정이 많아진 세태를 반영한 것 같다”며 “이야기 속에서 엄마가 아이의 반대세력 혹은 아이를 통제하는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날 아이들의 억눌린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다른 심사위원은 “다양한 소재를 압축적으로 활용해야 좋은 작품이 될 텐데 하나의 소재를 반복하다 보니 지루한 작품들이 많았다”며 “상투적이고 사소한 이야기보다는 신인 작가답게 기존의 틀을 깨는 과감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시 부문 응모작 중에는 일상의 경험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았다. 발상과 표현, 형식에서 새로움을 모색한 작품이 적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한 심사위원은 “천진성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동시가 많지 않았다”며 “반짝이는 수사와 기교, 언어유희의 비늘들 보다는 좀더 진실된 창작에 매진하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른 심사위원은 “그 중에서도 우리말의 맛깔스러움을 살렸거나 과감한 생략의 문법으로 여백을 둔 작품들이 눈에 띄어 반가웠다”고 평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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