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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나의 귀를 두드리는 음악들

입력
2014.12.1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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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산조를 들었는데 귀에 쏙 들어왔다. 뜻밖의 일이었다. 소리에 예민한 편이지만 음악에 대해서라면 나는 귀치라고 해야 할까. 부끄럽지만 음악에 대한 취향이 없고 즐겨 듣지도 않는다. 귀를 열어주었던 음악이 드물게 있었으니 총알택시 안에서 들었던 라디오 클래식이 바로 그것이다. 비올라 연주였다. 피로감을 잊게 해주었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것들을 간단히 허상으로 만들고 말았다. 선율이 너무 아름다워서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가끔씩 나의 귀를 두드리는 음악이 있다.

죽기로 결심하고 고향에 갔는데 우연히 귀에 들려온 음악에 위로를 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된 사람이 후일 그 가수를 공연에 초청한다. 그러나 정작 가수는 그 일을 정확히 기억해내지 못한다. 공연에서 앙코르 곡을 부르다 뜻하지 않게 눈물을 쏟아낸 후 자신을 초청한 이의 과거 사연을 전해 듣고 당시 동행했던 이에게 긴 메일을 쓴다(김연수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 기억과 망각 속에 한 사람이 서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사건과 사고 속에 잊혀 간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이들의 머릿속에는 무엇이 떠올랐을까, 어떤 말을 하고 싶었을까 상상하는 일이 죄스럽다. 이제 바다는 죽음의 노래를 삼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에게는 거대한 귀의 공동이 존재하는데 뜻하지 않게 눈물이 쏟아져 내린다면 극복하기 어려웠던 어떤 기억 때문일 것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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