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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봉, 두루마리 휴지에 묻은 '피 한방울'에 덜미

입력
2014.12.1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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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월세방 깨끗하게 치웠으나 좁쌀만한 핏자국 남겨

과학수사대 정밀수색에선 1㎜도 안 되는 지방덩어리도 발견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피의자 박춘봉. 연합뉴스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피의자 박춘봉. 연합뉴스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피의자 박춘봉(55·중국 국적)을 검거한데엔 두루마리 휴지에 묻은 '좁쌀'만한 혈흔을 찾아낸 한 형사의 눈썰미가 있었다.

11일 오전 10시 10분 경기지방경찰청 112상황실로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A씨는 "이런 걸 제보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월세방을 계약하기로 한 사람이 날짜가 지났는데도 안 나타난다"고 말했다.

사건과 큰 관련이 없어보이는 제보였지만 형사 2명이 나갔다.

이들은 집주인이 온천여행을 간 상태라 반지하방 문을 강제로 열지 못해 일단 복귀했다.

오후 3시 35분께 A씨에게서 다시 전화가 와 "오전에 신고한 사람인데, 방에 들어가보니 박스 안에 비닐봉지와 장갑이 있다"고 제보했다.

현장에 나간 형사 2명은 방을 둘러봤다.

그저 새 임차인을 맞을 준비가 된 깨끗한 방이었지만, 형사들은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받았다.

'매의 눈'으로 방안을 살펴보던 한 형사는 흰색 두루마리 화장지에 묻은 좁쌀만한 피 한방울을 찾아냈다.

워낙 작은 흔적이어서 집주인이나 제보자는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형사의 연락을 받고 과학수사대 요원들이 왔다.

이들은 방안을 감식해 인혈반응을 찾아냈고, 욕실 수도꼭지에 묻은 인체 조직 일부도 찾아냈다.

나중에 지방 덩어리로 밝혀진 이 흔적은 불과 1mm도 안 되는 크기였지만 과학수사요원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DNA분석 결과, 혈흔이나 인체조직은 피해여성 김모(48·중국 국적)씨의 DNA와 일치했다.

모두 시신을 훼손하면서 주변에 묻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결정적인 제보가 사건을 푼 열쇠였으나, 현장에 처음 출동한 형사가 두루마리에 묻은 피 한방울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사건 수사가 어떻게 흘렀을 지 모른다"며 "적극적인 제보자와 작은 흔적도 쉽게 지나치지 않은 형사가 있어 이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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