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눈치 보느라 3인방 소환 주저" 통화 분석 끝낸 뒤 바로 출석 요청
단서 있다면 추가 확인에 시간 필요… 회동 정황 포착되지 않은 쪽에 무게
검찰이 14일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방 가운데 한 명인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전격 소환하면서 ‘정윤회 문건’ 내용의 진위 판단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의 결론은 사실상 모임의 실체가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검찰은 이달 1일 정윤회(59)씨의 국정농단 의혹 문건 관련 수사에 착수한 이후, 청와대 관계자 중에서는 유일하게 회동의 ‘연락책’으로 지목된 김춘식 국정수석기획실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청와대 ‘문고리 권력’ 3인방인 이 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이 정씨 비선실세 의혹을 규명할 핵심인물인데도 소환이 미뤄지면서 검찰이 청와대 눈치를 본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런 점에서 이 비서관에 대한 소환 조사는 이번 수사의 한 고비를 넘는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주목할 대목은 검찰이 문건 등장 인물들의 휴대폰 통화내역 및 기지국 위치정보 등에 대한 분석 작업이 끝난 뒤에 이 비서관에게 출석을 통보했다는 점이다. 검찰 관계자는 “통화내역 분석이 12일 모두 마무리됐고, 이튿날 오후에 출석을 요청해 14일로 날짜를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당사자들 간 통화내역뿐 아니라 (발신지 파악을 위해) 기지국 위치에 따른 동향, 회합 가능성에 대해 있을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해 다양한 분석을 했다”며 “대포폰이나 차명폰 사용 여부 등도 고려했다”고 했다.
하지만 의혹을 부인할 게 뻔한 이 비서관을 상대할 ‘무기’는 검찰에 별로 없어 보인다. 휴대폰 관련 분석에서 유의미한 단서가 나왔다면 추가 확인에 시간이 좀더 걸렸겠지만, 분석작업 완료 후 곧바로 출석을 요청했다는 점에서 별다른 회동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건의 신빙성이 상당히 낮다는 잠정 결론의 ‘굳히기’ 차원에서 이뤄진 소환 조사일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이 비서관이 정씨와 수시로 접촉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기는 하지만, 검찰이 이 비서관을 추궁할 결정적인 ‘패’로서는 약하다. 이 비서관은 지난 7월 국회에서 “정씨와 만난 것은 2003~2004년쯤이 마지막”이라고 했으나,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최근 “지난 4월 정씨와 통화한 이 비서관이 내게 ‘전화 좀 받으라’고 건넨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비서관과 정씨가 이에 대해 “뒤늦게 기억 났다”고 인정하긴 했지만, 단 한 차례의 통화만을 들어 ‘비선실세 의혹’을 입증하긴 무리라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문건의 제보자인 박동열 전 대전국세청장 관련 조사에서 의외의 복병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박 전 청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물 분석, 그에게 ‘정씨와 청와대 인사들이 가끔 만난다’는 얘기를 건넨 것으로 추정되는 광고회사 대표, 경찰 정보관 등에 대한 조사에서 회동설을 입증할 증거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청장 진술 신빙성의 검증 차원에서 이 부분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나, 조사 결과는 박 전 청장의 진술과 다른 면이 많다”고 밝혔다. 현재로선 문건 내용이 ‘사실상 허위’라는 데 검찰이 무게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설명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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