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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는 무슨… 잘릴까 걱정" 실적 완화에 움츠린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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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너스는 무슨… 잘릴까 걱정" 실적 완화에 움츠린 직장인

입력
2014.12.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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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줄줄이 긴축 경영, 인력 감축·부서 통폐합 잇달아

하청업체·중소기업에도 직격탄 "내년엔 회사 제대로 굴러갈지…"

연말이 성큼 다가온 14일 오후 서울의 대표적인 쇼핑거리인 명동의 한 의류점에 폐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연말이 성큼 다가온 14일 오후 서울의 대표적인 쇼핑거리인 명동의 한 의류점에 폐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k.co.kr

장기불황의 영향에서 그나마 비껴나 있는 대기업 직원들도 “올 겨울은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며 목을 움츠린다. 실적악화와 그에 따른 구조조정 공포로 두둑한 보너스 기대는커녕 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 직원들의 올 겨울 체감온도는 영하권이다. 주력인 무선사업부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사장단을 비롯한 경영진과 임직원들의 인력감축 작업이 한창이기 때문이다. 이달 초 실시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선 무선사업부 소속 7명 가운데 3명이 물러나고 한 명이 문책성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분위기는 더욱 흉흉해졌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직원은 “요즘은 아침에 출근해서 제일 먼저 체크하는 게 상사들의 자리 이동 여부”라며 “언제 ‘아웃’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우고 있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또 다른 직원은 “애들이 내년이면 중고등학교에 입학한다. 손 놓고 있다가 갑자기 나가라는 해고통보를 받는 것보다 먼저 살 길을 찾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통신공룡’ KT의 상황도 비슷하다. 올해 초 이미 임원 30% 감축에, 8,000명의 명예퇴직을 받은 KT의 경우 추가 인력감축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일 소폭의 조직개편과 임원승진 인사가 단행됐지만 이를 최종 버전으로 믿는 사람은 드물다. 내년 초에 상무와 부장 사이 직급인 상무보급 보직을 기존 300개에서 250개로 줄일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KT에 20년 가까이 몸 담았던 한 직원은 “진짜 조직개편은 내년 2~3월 계약이 끝나는 상무보급 이상 임원들의 거취가 확정돼야 알 수 있다”며 “이미 회사에서 마음이 떠난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유가하락으로 사상최악의 실적을 내고 있는 정유업계 직원들의 표정에도 근심이 가득하다. 실적이 좋지 못했던 지난해에도 200% 연말 성과금을 받았던 SK이노베이션 직원들의 경우 올해는 거의 체념 분위기다. 회사의 한 직원은 “적자가 거의 확실한 상황에서 성과금은 생각도 안 하고 있다. 연말 모임도 웬만하면 자제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내년에도 실적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벌써부터 인력재배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3분기까지 3조원대의 적자를 기록 중인 현대중공업 직원들도 파업까지 겹치면서 연말 분위기가 더욱 썰렁하다. 이미 임원의 30%를 줄이고 부서 통폐합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에 실적악화가 이어질 경우 인력 축소로 이어질 것이란 두려움이 큰 탓이다. 울산의 한 음식점 사장은 “예년 같으면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송년모임으로 벌써 예약이 끝났을 텐데 올해는 텅 빈 좌석이 꽤 많을 것 같다”고 전했다.

대기업들이 긴축 모드에 들어가면서 하청업체 직원들도 연말 보너스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 휴대폰 부품을 납품하는 대기업 협력회사 관계자는 “내년 공급물량이 올해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걱정이 태산”이라며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게 뻔해 직원들에게 대놓고 어렵다는 말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들도 내수경기 실종에 한숨만 쏟아내고 있다. 엔저로 인한 생산물량 감소로 1년 내내 고생했던 제조업체들은 내수경기마저 살아나지 않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수도권의 소규모 자동차부품 업체에서 근무하는 장모(38)씨는 일감이 확 줄어들자 이달 들어 정시퇴근을 하고 있다. 초과근무수당을 안겨줄 잔업이 줄어들면서 늦게까지 남아있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장씨는 “내년에 회사가 제대로 굴러갈 지 걱정이 돼서 흥청망청 회식할 마음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원강사나 보험설계사 등 프리랜서들도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의 중소학원 수학강사 손모(39)씨는 최근 한달 간의 백수 생활을 떠올리면 모골이 송연하다. 그는 인천의 대형입시학원에서 잘 나가가는 강사였지만 학원경영이 어려워지자 학원 측에서 급여가 적은 신입강사들을 뽑는 바람에 수입이 확 줄어든 것. 손씨는 “학원과 마찰을 빚다 결국 그만뒀지만, 두 살배기 아들에 집사람 뱃속에는 둘째까지 있어 연말 분위기를 즐길 여유가 없다”고 전했다. 10년 차 보험설계사 김모(42)씨도 “허리띠를 졸라맬 때 먼저 끊는 게 보험이라 신규가입 수요가 거의 없다”며 걱정했다.

중소기업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만드는 것은 내년에도 경제에 먹구름이 가득할 것이란 우려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1,365개 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10곳 중 8곳은 내수침체로 내년 경기가 ‘올해와 같거나 더 악화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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