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살리기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달아 도입한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례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은 12일 롯데쇼핑 홈플러스 등 6개 대형마트가 서울 동대문구청장과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측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마트는 법에 규정된 대형마트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데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공익적 목적의 영업제한을 인정한 1심 판결을 뒤집은 이번 판결은 법조문을 기계적으로 좁게 해석해 내놓은 결과로 사회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유통산업발전법 상 “대형마트는 점원 도움 없이 물건을 사는 점포로 돼 있지만 해당 점포들은 이와 달리 점원의 도움을 받고 있으므로 대형마트로 볼 수 없어 영업처분 대상이 아니다”고 판시했다. 대형마트로 등록은 돼 있지만 법령상 대형마트 요건은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전국 군 단위까지 진출해 지역상권을 잠식 중인 대형마트가 대한민국에는 하나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 셈이다.
재판부는 또 월 2회 의무휴업으로 전통시장 보호 효과는 뚜렷하지 않은 반면 맞벌이 부부 등이 겪는 현실적 어려움이 크다고도 강조했다. 1심 판결에서 인용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뒤 중소업체와 전통시장 매출액이 10%가량 늘었다는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대형마트 규제가 바로 전통시장의 매출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상식에 가깝다. 극심한 내수 침체 속에 온라인 쇼핑 등이 활성화하는 등의 다른 간섭요인 때문이다. 더욱이 일각에서 주장하는 판매품목 제한이나, 월 4회 이상 영업제한이 아닌 월 2회 규제가 과도한 소비자 권리 침해인지도 의문이다.
대형마트 규제는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2012년 도입됐다. 시행 초기에 지역경제에 피해만 주고, 시민불편만 가중시킨다는 반대론이 적지 않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 전통시장 매출이 늘고 있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고,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일부 지역에서는 대형마트와 협의를 거쳐 5일장이 열리는 날이나 주중 특정 요일을 의무 휴업일로 정해 양측이 상생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물론 시장환경과 소비자 취향이 변하고 있어 대형마트 규제만으로 골목상권이 저절로 살아나지는 않는다.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차별화와 혁신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은 필요하다. 나아가 대형마트 규제는 우리사회의 갈등비용 완화에도 기여했다. 대법원에서는 이런 현실을 감안한 최종 판결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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