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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소비자포트폴리오 수강생들에게

입력
2014.12.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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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학생들은 과제가 많은 강의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수업은 과제 중심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학기 초 강의 소개를 할 때 “미리 잘 생각해보고 수강신청 변경 기간 동안에 변경하라”고 약간은 겁을 주기도 한다. 특히 복잡한 계산이 들어가는 소비자 포트폴리오는 항상 수강생이 많지 않다. 수강생 수가 적어서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학생들의 근황도 알게 되고 또 고민도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학기에는 수업이 오전에 있어서 아침을 거르고 오는 학생들을 위해 몇 번 요깃거리를 챙기다 보니 어느 때에는 강의 준비보다도 오늘은 ‘뭘 사다 주지‘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S군은 파트너를 동반하는 모임에 같이 갈 친구를 구하느라 미팅을 했는데 잘되지 않아 고민이라고 해서 E여대에 다니는 친구의 딸을 소개시켜 준 적이 있다. 또, 자주 지각을 하는 D군, 그리고 로스쿨입시를 준비하는 Y군의 고민도 알게 되었다. 모두가 아들 또래의 학생들이라, 이 친구들 또한 내 자식 같은 마음이 들어 더 챙겼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기말 과제 발표를 들으며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 포트폴리오 수강생들에게, 더 나아가서는 곧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지면을 빌어 몇 자 적고자 한다.

소비자 포트폴리오는 개인재무관리 관련 과목으로 가계의 위험관리와 투자설계에 초점이 맞추어진 과목이다. 과목의 특성상 실전투자보고서와 위험관리 실전보고서를 과제로 줬고 지난 화요일에 수강생들의 결과발표를 들었다. 지난 9월4일부터 12월4일까지 3개월 동안 기본자산 3,000만원을 가지고 2주 간격으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자산을 재배분하여 얻은 성과를 보고하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3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주로 주식투자를 통해 적게는 누적수익률 1.1%에서 많게는 21.8%라는 수익을 올렸다고 보고했다. 그리고 말미에 시장수익률을 훨씬 넘는 수익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낮은 수익률이었다거나 년 60%에 달하는 수익을 올렸음에도 목표 수익률에 미치지 못해 아쉬웠다는 소회를 토로했다. 가장 높은 수익을 낸 Y군은 발표를 마치며 모의투자 경험을 통해 투자에 자신감을 얻었고 다음에 돈을 벌게 되면 꼭 주식투자를 할 것이고 주식투자를 통해 대박을 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발표를 들으며 ‘어!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어 한 학기를 마치며 수강생들에게 첨언을 했다.

“여러분! 한 학기 동안 수고 많았습니다. 그런데 적어도 소비자포트폴리오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라면 현명한 투자자가 되어야지 탐욕스러운 투기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모두가 바라는 바이지만, 투자에는 그에 상응하는 위험이 항상 따릅니다. 자신이 수용 가능한 위험수준에서 실현될 수 있는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지 않고 터무니 없이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목표로 삼는 것은 복권이 당첨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습니다. 요행을 바라지 말고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세워서 투자를 하도록 하세요.

가장 좋은 투자원칙은 적정수준의 목표수익률을 정하고 목표수익률이 달성되었다면 과욕을 버리고 과감하게 매도하는 것입니다. 과제를 내주면서 학기 초에도 같은 이야기를 했을 겁니다. 몇몇 학생들은 투자의 어려움을 깨닫고 간접투자를 하거나 전문가의 도움을 받겠다고도 했지만 또 많은 학생들은 제가 우려한대로 탐욕스러운 투자행태를 보이는 것 같아 걱정이 됩니다. 반드시 적정수준의 목표수익률을 정하고 투자를 시작하기 바랍니다.

또 다른 투자원칙은 기다리는 것입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수익이 있으면 손실도 있습니다.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메울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시간입니다. 투자결정을 하기 전에 손실이 이익으로 전환될 때까지 자신이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지 자신이 투자한 자금 또한 그런 성격의 자금인지 생각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Y군! 한 번의 모의투자 경험으로 절대 자기과신에 빠지지 말기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 탐욕스러운 투기꾼이 아닌 현명한 투자자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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