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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원전이 국민 신뢰를 받으려면

입력
2014.12.1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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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APEC회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나가는데 합의했다. 중국과 미국은 세계 1, 2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다. 이에 7위인 우리나라의 대응전략 마련에도 고심이 커질 수 밖에 없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면제받고 있지만,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지구 전체의 환경 문제 등을 감안할 때 머지않아 ‘의무 감축국’에 포함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유, 석탄 같은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원자력 발전의 비중도 늘려갈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제6차 전력수급계획은 2027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12.5%까지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장기적으로 원자력도 29% 수준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문제는 원자력에 대해 심각한 갈등과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척 주민의 원전유치 반대가 85%를 넘어섰고,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에 대한 폐쇄요구도 거세다.

아울러 최근 원전비리는 한국 원전에 대한 불신을 더욱 심화시켰다. 정부가 통계 수치와 과학 기술을 배경으로“원전은 경제적이고 안전하다”는 주장을 되풀이 하고 있지만, 전혀 국민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탈핵이 생명이다”라는 주장이 훨씬 국민의 가슴에 더 와 닿는 것 같다.

여기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국제유가는 셰일가스 발견으로 지속적인 하락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을 더욱 낮게 하고 있다. 이처럼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는 긴 안목의 대응과 전략이 중요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선 ‘원전에 의존하지 않는 사회’ 운동이 들불처럼 번졌다. 2030년까지 원전을 없애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리자는 목표도 구체화 됐다. 최근 2년간 957만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가 일본 전역에 설치됐다. 하지만 태양광은 날씨가 흐리거나 밤이 되면 전력을 생산할 수 없다. 또한 여름과 겨울의 일조량이 다르기 때문에 계절적인 편차도 클 수밖에 없어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의 실패를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는 이성적 판단의 영역보다 감성적 판단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원전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솔직하게 국민 앞에 다가서야 한다. 화해할 수 없는 대결의 장으로 끌려가서는 안 된다. 우리 국민의 일상적 삶의 영역에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조정과 협력으로 전환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합리성이 없는 과학적 합리성은 공허하고, 과학적 합리성이 없는 사회적 합리성은 맹목적이다”라는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백(Ulrich Beck)의 말에 주목해 보자.

정부는 원전의 경제성과 통계적 안전성뿐만 아니라 발생 가능한 위험성, 그간의 운전 중 발생된 모든 문제에 대해 솔직하고도 적극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공감할 수 없는 확률적 수치를 들이대면서 ‘원전은 안전하다’고 백 번 주장한들 불신만 키울 뿐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쌓일 때 국민들도 감성적 판단보다는 보다 합리적인 측면에서 원전문제를 바라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결국 사회적 신뢰와 과학적 사실의 조화가 이뤄질 때 원전을 위험요소로 배척하기 보다는 새로운 공론화를 거쳐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으로서 다시 재창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에너지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서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안영진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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