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숨진 채 발견된 최모(45) 경위는 청와대 문건 유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부당함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14일 오후 고인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강동구 명일동성당에서 최 경위의 친형(56)은 “동생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세상을 떠났기에 (그 이유를) 알리려고 한다”며 유서를 공개했다. 그는 “민정라인에서 회유한 내용이 있으니 잘 보라”고도 했다. 다음은 유서 14장 중 유족이 공개한 8장 전문. 유족들은 “나머지 6장은 가족들에게 한 말이어서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서
●저를 알고 있는 모든 분께!
최근 일련의 일들로 인해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 드립니다. 수많은 언론들이 저를 비난하고 덫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저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보내 주신 것도 감사 드립니다. 경찰 생활하며 16년 동안 월급만 받아 가정을 꾸리다 보니 대출 끼고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경찰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습니다.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회한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당하게 공무원 생활을 했기에 지금도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정보관으로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였으나 그 중에서 진정성이 있던 아이들은 세계일보 조○○과 조선일보 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BH의 국정 농단”은 저와 상관 없고, 단지, 세계일보 조○○ 기자가 쓴 기사로 인해 제가 이런 힘든 지경에 오게 되고 조선일보 김○○은 제가 좋아했던 기자인데 왜 조선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가 너무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동료이자 아우인 한○○이 저와 친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이런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세상의 멸시와 경멸을 참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세계일보 조○○ 기자도 많이 힘들 텐데 “내가 만난 기자 중, 너는 정말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동생이었다. 그 동안 감사했다”.
●한○○에게
너무 힘들어 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해한다.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 차원의 문제이다. 이제라도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 너무 힘들었고 이제 편안히 잠을 자고 쉬고 싶다. 사랑한다, ○○아. 절대 나로 인해 슬퍼하지 말고 너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거라. 그리고 부탁하건대, 내가 없는 우리 가정에 네가 힘이 되어 주길 바란다. ○○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이해한다. 사랑한다 ○○아.
●언론인들에게
훌륭하신 분들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생활하시죠. 저널리즘! 이것이 언론인들의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부디, 잃어버린 저널리즘을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짓눌러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