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시신 훼손 이유 "기억이 안 난다" 6년 전에 위조 여권으로 입국
"택시 이용" 진술 신빙성 떨어져 추가 범행·조력자 여부 수사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의 피해여성은 벽에 부딪히면서 넘어져 사망했다는 피의자 박춘봉(55ㆍ중국 국적)의 진술과 달리 목이 졸려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수원과 화성 등 총 4곳의 시신 유기장소를 수색해 장기를 포함한 시신 대부분을 수습하고, 살인 및 사체 손괴, 사체 유기 혐의를 적용해 박을 구속했다.
경기경찰청 수사본부는 1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목이 졸려 사망한 경우에 나타나는 일반적 현상이 피해자의 목 부위에서 나타났다’는 내용의 부검의 구두 소견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박이 경찰에서 “말다툼을 하다가 밀었는데 벽에 부딪히면서 넘어져 숨졌다”는 진술과 대치된다. 따라서 경찰은 박이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기 위해 거짓 진술한 것으로 보고 박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수법 등을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전날 박이 지목한 수원의 한 야산에서 피해여성 김모(48ㆍ중국 국적)씨의 머리와 왼쪽 팔, 장기 대부분을 발견했고 최초 상반신이 발견된 팔달산 등산로에서 360m가량 떨어진 곳에서 50㎝ 깊이로 매장된 오른쪽 다리를 수습했다. 추가 수습된 시신은 지문과 DNA 검사 결과 피해여성인 김씨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날 박을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수원지법 천지성 당직 판사는 “도망 및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천 판사는 앞으로 있을 경찰의 여죄 수사 등을 위해 박의 의복과 손톱, 가택 등에 대한 사전ㆍ사후 압수영장도 함께 발부했다.
이날 오후 3시 수원지법에서 열린 피의자심문(영장 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수원서부경찰서를 나선 박은 피해자 가족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한 동안 뜸을 들이다 “죄송하다”고 짧게 심경을 밝혔다. 시신훼손 이유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이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범행 인정 여부와 잔인한 방법으로 범행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박이 2008년 12월 2일 가명으로 여권을 위조해 입국한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범행이나 조력자 여부 등을 수사하기 위해 입국 이후 행적을 캐고 있다. 박에 대해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박이 범행을 시인했지만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물론, 범행 시기와 장소, 방법 등에 대해서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다.
또 다른 의문점은 박이 ‘시신을 어떻게 운반했는가’이다. 박은 지난달 26일 피해여성 김씨를 전 거주지인 매교동 주택에서 살해한 뒤 가계약한 월세방인 교동 주택까지 옮겨 훼손했다. 박은 훼손된 시신을 비닐봉지에 나눠 교동 주택에서 1㎞ 가량 떨어져있는 팔달산ㆍ수원천변은 걸어서 옮겼고 5㎞ 넘는 거리인 오목천동 야산에는 택시를 이용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하지만 택시를 탄 위치와 시점에 대해 정확한 진술을 못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져 조력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박이 김씨의 휴대전화를 포천까지 가서 버린 점 역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박이 이전에 거주했던 곳을 대상으로 여죄를 찾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추가범행이나 조력자를 의심할만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박이 지목한 곳에서 대부분의 장기와 신체들이 발견된 것으로 봤을 때 장기 밀매나 인육 판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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