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 하루 연장하며 극적 합의
목표감축량 내년 1분기까지 제출
선진국의 개도국 지원규모는 제외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 참가 196개국이 마라톤 회의 끝에 14일 온실가스 감축안 형식에 합의했다. 폐막일을 하루 연장하며 논란을 벌였던 선진국과 개도국 감축 수준은 내년 새 협약에서 “책임과 능력이 다르다는 점을 반영하도록” 해 차등을 둘 수 있도록 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각국 대표들은 이날 “참가국들이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되도록 내년 1분기까지 제출하고 그 때까지 준비 되지 않은 국가는 가능한 빨리 제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온실가스 목표 감축량은 현재 감축량을 상회해야 한다. 다만 감축량 기준 연도와 계산법, 감축 계획 실행 시간표와 관련 정보 제출 여부는 각국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선진국의 재정 지원 관련 정보 역시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각국이 제출한 감축안은 UNFCCC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이번 총회의 목표는 내년 12월 파리에서 정상들이 교토의정서를 대체해 마련할 (新)기후체제협약의 초안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신기후체제협약이란 지구의 평균 기온을 산업혁명 시기보다 2도 높은 수준으로 억제하기 위해 향후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구체적인 방안에 각국이 합의하는 것이다. 산업혁명 초기부터 현재까지 지구의 평균 기온은 0.8도 상승했고 지금 추세라면 2100년 지구 평균 기온은 2000년 대비 4.8도 오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UNFCCC 사무국은 각국이 제출한 감축안이 이 같은 기온 억제 목표에 부합하는지 평가해 내년 11월 1일까지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신기후체제협약이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와 다른 점은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에서 제외했던 개도국을 참여시킨다는 점이다. 하지만 개도국의 감축을 선진국과 같은 수준으로 할 것인지, 차등을 둘 것인지를 두고 개도국과 선진국간 이견이 적지 않았다. 12일 폐회 예정이던 총회가 하루 이상 연장된 것도 이 때문이다.
총회 내내 선진국들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들이 경제 수준과 상관 없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를 원하지만 중국, 인도, 베네수엘라 등 개도국들은 선진국의 추가 감축과 개도국에 대한 재정 지원 등을 우선 조건으로 내세웠다. 특히 중국은 선진국이 제시하는 초안 내용이 개도국의 경제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불공평하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당초 기대보다 낮은 수위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며 “지난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 당시 양국의 온실가스 감축 합의의 모멘텀이 금세 사라졌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구온난화로 수몰 위기에 처한 작은 섬나라와 최빈국은 온실가스 감축안 제출 의무를 면제하기로 했다. 총회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수십 년 내 사라질 위험에 처한 몰디브, 투발루, 마셜제도 등 군소도서국가연합(AOSIS) 대표단이 나서 국제사회의 탄소 배출 규제 강화를 촉구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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