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중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장기집권 체제로 접어들면서 내년 수교 50주년을 맞는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 관심사다.
관건은 일본의 태도변화다. 그 핵심에는 위안부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일본이 성의를 보이면 실타래처럼 다른 현안들이 차례로 풀릴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지금처럼 답답한 경색국면을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로 아베 총리는 자신감을 얻었다. 덕분에 한일관계를 발전시킬 기반을 갖췄다. 선거 승리를 위해 지지세력인 보수층에 극단적으로 호소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주변국을 자극하는 극우 발언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자민당의 총선 공약집에는 한국 등과의 관계개선 의지가 포함돼있다.
다만 아베 총리의 자신감이 압도적인 상황은 아니다. 당장 개헌만 놓고 보더라도 자민ㆍ공명 연립여당이 참의원 의석에서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에 못 미치기 때문에 중의원 선거 승리가 곧바로 개헌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아베 총리가 한일관계에서도 현상타개로 나가기 보다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위안부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고 지금처럼 미지근한 입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굳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아도 장기집권에 지장이 없고 위안부 문제가 정치적으로 절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봉영식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만한 유인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우 자연히 한일정상회담도 상당기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 우리 정부가 누차 밝힌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간접적인 정상간 만남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담시점은 5월 전후가 유력하게 점쳐진다. 한중일 외교장관회담 일정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내년 초 정상회담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2월 말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와 3월 교과서 검정 등으로 한일관계가 얼어붙는 점도 부담이다.
반면 4월 중순 야스쿠니 춘계제사에서 아베 총리가 성의를 보인다면 5월 들어 관계개선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북한이 4월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전후로 탈상(脫喪)을 마친 김정은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할 것으로 보여 한중일 3국 협력의 필요성도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때를 넘겨 6월 한일협정 체결일이나 8월 광복70주년 즈음에 한중일 정상이 만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특히 아베 총리가 8월 15일 패전70주년 기념식을 통해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담화와 침략 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담화를 무력화하는 새 담화를 발표한다면 한일관계는 또다시 요동칠 수도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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