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기관 계약직 채용 시 응시자 이름 석 자만 알려주며 "뽑아라"
자격 미달로 탈락되자 市 감독부서 통해 경위 등 보고하라며 강한 질책
윤장현 광주시장의 비서관이 시 산하 출연기관의 계약직 직원 채용 과정에서 자격도 안 되는 특정인을 뽑으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그 동안 시청 안팎에서 소문으로만 떠돌던 ‘문고리 권력’과 ‘숨은 실세’의 실체가 한 꺼풀 벗겨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면서 윤 시장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14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초순 무렵 윤 시장 비서실의 김모 비서관이 시 산하 모 출연기관의 계약직원 채용을 앞두고 해당 출연기관장인 A씨를 만나 “나중에 어떤 사람 이름을 알려줄 테니까 (채용)해달라”고 청탁했다. A씨는“당시 김 비서관이 자신이 추천하는 사람의 부모가 윤 시장 부인의 측근인 K씨가 회장으로 있는 주부모임 단체인 ‘○○회’와 관련돼 있다면서 채용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K씨는 6ㆍ4지방선거 당시 윤 시장 선거캠프에 참여해 윤 시장 부인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서관은 그로부터 며칠 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A씨에게 해당 출연기관의 3개월 계약직 직원(일반 및 총무사무보조 2명) 채용에 지원서를 접수한 B씨의 이름 석 자를 보냈다. A씨는 당시 김 비서관이 K씨를 운운하며 청탁을 하자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출연기관 측은 B씨가 낸 서류를 검토한 결과, 기본 형식요건도 갖추지 않아 B씨를 응시자격요건 미달로 탈락시켰다. 실제 B씨의 입사지원서 등엔 이름과 나이, 주소, 키, 몸무게 등 기본 신상정보만 적혀 있을 뿐 학력사항은 전혀 기재되지 않았다. 김 비서관이 달랑 이름 석 자만 알려주고 무조건 채용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시가 B씨의 채용 탈락 이후 갑자기 출연기관 측에 “B씨의 불합격을 포함한 직원 채용 과정 등을 보고하라”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질책한 것도 김 비서관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출연기관이 직원 채용을 하면서 지도ㆍ감독기관인 시에 사전 사후 보고도 없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재발 방지를 위해 챙겨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청 주변에선 김 비서관이 B씨 채용 탈락에 불만을 품고 보복 차원에서 감독 부서를 통해 보고 지시를 내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의 지도감독 부서는 출연기관 측이 직원 채용 경위 등에 대해 보고한 내용을 그대로 김 비서관에게 보고했다. 김 비서관은 이와 관련해 “노코멘트를 하겠다”고 밝혀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문제는 B씨에 대한 채용 청탁 과정에 윤 시장 부인도 개입된 것 아니냐는 뒷말이 흘러나오면서 실세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최근 광주시체육회 사무처장으로 임명된 P씨가 10월 말 B씨의 채용 탈락 소식을 전해 듣고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위(윤 시장 부인)에서 까라면 까야지…’라며 명령조 어투로 강하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때 윤 시장 선거캠프에 참여했던 P씨는 최근 시 산하 기관인 광주도시공사 경영본부장 공모에 응했다가 고배를 마실 당시 윤 시장 부인이 P씨를 강하게 밀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시체육회 사무처장 임명 때도 윤 시장 부인 측근인 K씨가 밀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그래서인지 시청 주변에선 “윤 시장 부인과 측근 K씨, K씨의 외사촌인 김 비서관이 산하 기관장에서부터 말단 계약직 직원까지 인사를 다 해먹고 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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