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를 받은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숨진 채 발견됐다. 최 경위가 숨진 승용차 안에서 발견된 유서에는 “책임을 경찰로 몰아간다, 억울하다”는 취지가 적혀있었다고 한다. 검찰 수사에서 자신이 문건 유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데 따른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매우 안타깝고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반응을 내놨지만 수사 과정과 내용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논란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최 경위가 숨지기 하루 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청와대 문건 유출과 관련해 청구한 최 경위 등 경찰관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법원은 “범죄혐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평소 법원의 기각 사유에 비해 한층 강한 어조다. 범죄 혐의 입증이 어려울 뿐 아니라 구속 수사 필요성 자체도 낮다고 본 셈이다. 한 마디로 수사가 엉성했다는 얘기나 다름 없다.
최 경위의 자살과 영장 기각으로 검찰의 문건 유출 수사는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문건 작성 및 유출 행위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경정 등 ‘7인회’가 주도했다는 청와대 감찰 결과를 전달받고 실체 규명에 나서려던 상황이었다. 7인회 수사에 앞서 문건 유출 및 유포과정의 밑그림을 명확히 그려두려 했던 검찰로서는 전체적인 윤곽 파악이 어렵게 됐다.
‘비선 실세’의 국정개입 의혹보다는 문건 유출에 강도 높은 수사를 집중해온 검찰의 자업자득이다. 유출 행위는 ‘국기 문란’이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다가 망신을 자초한 셈이다. 최 경위의 자살에 대해서도 정보 담당 경찰관 입장에서는 큰 죄책이 없을 만한 사안인데도, 문건 유출 부분이 지나치게 확대되면서 커다란 잘못을 저지른 인물로 내몰린 결과 심리적 압박이 컸으리란 시각이 있다.
검찰은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3인방’조차 조사하지 않은 채 문건을 허위로 결론짓고 유출자를 색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최 경위 자살에 따른 여론의 반작용에 부담을 느낀 듯 어제 뒤늦게 이 비서관을 소환하긴 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사건은 비선 실세와 측근 세력의 국정개입 여부가 핵심이다. 검찰 수사는 당연히 이 부분을 규명하는 데 모아져야 한다. 박 대통령의 친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은 물론이고 나머지 비서진과 김기춘 비서실장 등 청와대 관련자 모두를 불러 시간이 가도 조금도 줄어들지 않는 권력 암투설의 실체를 밝혀내야 한다. 대통령 주변과 관련된 의혹이라고 적당히 덮고 넘어가려다가는 남은 임기 내내 짐이 될 것임을, 청와대와 검찰 모두 하루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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