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뉴욕, 보스턴, 볼티모어 등 미국 전역에서 주말인 13일 비무장 흑인을 숨지게 한 백인 경관을 불기소한 것에 항의하는 연대 시위가 열렸다. 주최 측은 인종차별 이슈와 관련, 올 들어 열린 시위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워싱턴 시위에는 2만5,000명 가량이 참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고, 뉴욕 맨해튼에도 4일 첫 야간시위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2만5,000여명이 모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워싱턴 시위에는 특히 경찰 폭력으로 숨진 에릭 가너, 마이클 브라운 등의 가족도 참가했다. 가너는 올해 7월 뉴욕에서 낱개 담배를 팔다가 백인 경관의 ‘목조르기’로 숨졌으며, 브라운은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백인 경관 총에 맞아 숨졌다. 브라운의 어머니 레슬리 맥스패든은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고 외쳤고, 가너 아내 이소는 “나는 남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딸과 아들, 조카,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를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더 강력한 연대를 강조했다.
뉴욕에서도 시위대가 오후 2시께 맨해튼 워싱턴스퀘어를 출발, 미드타운을 거쳐 로어 맨해튼의 뉴욕경찰청 본부까지 행진하면서 흑인을 상대로 한 경찰의 과잉대응 등에 항의했다.
워싱턴DC와 뉴욕에서는 경찰에 연행된 시민이 없었으나, 보스턴에서는 경찰과 대치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인 20여명이 연행됐다. 뉴욕에서는 100여명이 거리 표지판이나 쓰레기통을 경찰차에 던지거나, 주먹으로 경찰차 유리창을 깨려고 시도하는 등 일부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한편 흑백 인종갈등의 근본원인으로 지목 받는 빈부격차와 관련, 금융위기 이후 인종간 보유 재산 격차가 이전보다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기준으로 백인 가구 보유 순자산(자산-부채)의 중간 값은 14만1,900달러(1억5,600만원)로 흑인 가구(1만1,000달러ㆍ1,200만원)의 13배에 육박했다고 발표했다. 이 격차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0.0배였고 2010년 8.3배로 줄어들었으나 그 이후 다시 늘어났다. 중남미계 히스패닉(1만3,700달러)과 백인 사이의 격차도 2007년(8.2배)보다 확대된 10.3배에 달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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