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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의 길 위의 이야기] 아 아 아르바이트

입력
2014.12.14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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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여 년 전이었을까. 아 아 아르바이트 오늘은 어떤 일일까, 로 시작하는 코미디가 있었다. 그땐 아르바이트가 젊은이들이 학비나 용돈을 벌어 쓰자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웃으며 봤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이제 아르바이트는 생존의 문제이다.

최저 임금으로 연명하는 이들은 수치심을 느끼는 것에도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여고생의 마지막 목격자로서 ‘나’는 죄책감에 사로잡히지만 그것을 해소할 방법을 알지 못하며 무력하게 삶을 이어나간다(황정은 소설 ‘양의 미래’). 지하 벽 너머 빈 공간에 대한 상상이 그러하듯 그들 삶의 미래는 전망이 불가능하다. 노량진에서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이들의 삶에서도 생기를 찾기 어렵다. ‘나’는 영자와 고시원에서 동거를 했지만 그녀와의 관계는 아무것도 아닌 채 남겨진다(김훈 소설 ‘영자’). 답이 하나인 문제의 발 걸기에 넘어가서 인생의 답이 사라지고는 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앞에는 건널 수 없는 계급 장벽이 있고 그걸 통과해내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묻는 건 요즘 같아선 실례가 아닐까. 취업난과 비정규직 문제, 실업과 정리 해고 등은 이제 소수의 문제가 아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여성의 자살 소식이 전해졌고, 모욕감을 견디다 못한 경비원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러한 죽음이 우리 사회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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